한국통신 주택은행 등 5대 공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규모가 1조원에 달해 모두 3백95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는 엊그제 공정위의 발표는 어찌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베일에 가려진 것일 뿐 재벌그룹을 능가하는 방대한 부당 내부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사실로 입증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공정위의 두차례에 걸친 부당 내부거래 조사결과만 비교해봐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99년의 1차 조사에서는 10개 공기업에서 4천억원의 내부거래가 적발돼 5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이번에는 부당거래 규모와 과징금이 당시의 몇배에 달해 공기업 개혁이 공염불에 그친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특히 한통은 부당 내부거래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공정위가 밝혀낸 부당 내부거래 외에 부당한 외부거래까지 합친다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일반적인 추측을 넘어설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인력 감축과 공기업 주식 매각 실적 등을 내세우며 공공부문 개혁이 목표대로 달성되었다고 주장하지만 4대 공기업의 부당거래가 1조원에 이르고 보면 문제는 적잖이 달라진다고 본다.

기획예산처가 어제 42개 공기업 자회사를 통합, 민영화, 청산 등의 절차를 통해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사정을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공기업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가 지속적으로,그리고 철저하게 실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부당 거래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간 기업과 달리 시장의 감시가 없고 업종 자체가 독점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인 만큼 부당한 내·외부 거래가 만연해 있을 개연성이 더욱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 부문이 갈수록 확대되고있는 상황에서 공기업들이 부당한 거래까지 자행한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