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빌딩숲은 차갑고 위압적이다.

거대화된 도시안에서 인간은 점처럼 왜소해진다.

소통의 단절과 무관심속에 인간들의 정신은 지진으로 갈라진 땅처럼 균열되고 유약한 외피속에 꿈틀대던 파괴적 본능과 폭력성이 광폭하게 뿜어나온다.

일본 츠카모토 신야(41)감독의 95년작 "동경의 주먹"(Tokyo Fist)은 기계화된 도시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심을 극단적으로 표출해낸다.

도쿄시내 보험판매원인 남자가 권투선수인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긴후 증오와 질투에 불타 권투도장에 다니며 샌드백에 복수심을 토해낸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피와 폭력으로 점철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들의 정신은 분열하고 폭력성은 극단의 정점을 향해 달린다.

피어싱,문신,가슴을 관통하는 각목,얻어맞아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만큼 이지러진 얼굴,육체의 모든 구멍을 통해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남자...

핏빛화면은 기괴하고 파괴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지진처럼 흔들리는 화면.휘청대는 카메라,슬로우 모션의 반복과 분절적인 클로즈업은 관객을 숨돌릴틈 없는 속도로 몰아친다.

장렬하는 폭력은 날카로운 공소리,금속성의 음악,살이 으스러지고 피가 튀는 소리같은 거칠고 파괴적인 사운드에 실려 정신마저 얼얼하게 한다.

실험적인 스타일과 새로운 감수성을 영화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 하다.

27일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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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

1990년대 일본 독립영화계의 기수이자 컬트영화계의 선봉.86년 단편 "지옥의 거리 오줌골목에서 날아가다"로 데뷔한 후 기계문명과 도시화로 파편화된 인간들의 모습을 역동적이고 빠른 영상과 충격적인 사운드에 담고있다.

이른바 "사이버 펑크"영화의 선두주자로 "일본의 데이빗 린치"로 불린다.

1인 7역(감독,각본,촬영,조명,편집,미술,출연)을 도맡으며 "완전작가"를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괴한 이미지들을 자유로 주무르는 독특한 만화적 상상력은 매니아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동경의 주먹"의 개봉에 맞춰 29일부터 2월1일까지 "츠카모토 신야 영화제"를 마련하고 대표작인 "철남1"(88),"철남2(88)""총알발레"(98) "쌍생아"(99)를 상영한다.

(02)3672-0181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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