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 LG-OTIS 사장 bob.jang@otis.co.kr >

출근하는 김 과장이 희희낙락했다.

출근길 시내를 통과하는 데 여느 때처럼 차가 밀리지 않고 빨간 신호등에 한번도 걸리지 않아 일사천리로 달려왔는 데다 엘리베이터가 금세 도착해 마치 자기를 위해 대령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문이 열리고 곧바로 사무실 층까지 서지 않고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분좋게 하루 일과가 시작되니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작은 행운에서 오는 즐거움은 힘 안들이고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노력의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테면 날마다 가꾼 화단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볼 때나 며칠동안 밤새워 공들인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느끼는 흐뭇한 감정과는 차이가 있다.

대학을 나와 사무실을 지키면서 보낸 세월이 어언 30년.돌이켜보면 목표로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얼마나 짜증을 많이 냈던가.

마치 등산길의 즐거움보다는 정상 정복만이 참다운 행복을 가져다주는 양 노심초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날이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정상 정복이라는 이상을 갖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킬 만한 마음의 여유가 좀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비교가 안될 만큼 더 많은 것이 인생의 현실인데 성취감만을 가치있게 생각하다 보니 작은 행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가정과 직장에서 그리고 자연과의 만남 등 범사(凡事)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자그마한 행복을 너무나 많이 놓쳐버린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도 일의 추진력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강인한 의지력과 투쟁심 못지않게 적성과 일에 대한 애착심이 크게 좌우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키울 때 그 노고야말로 이루말할 수 없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고역이라고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무한한 행복을 누리지 않는가.

회사의 비전,개인의 비전과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우리는 조그만 행복들을 모아 커다란 행복의 눈사람을 만든다는 생각과 자세가 기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오랜만에 김 과장을 비롯한 직장 후배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그래서 ''뉴 이코노미(New Economy)''시대에 후배들에게서 또 한수 배우는 조그마한 행복을 맛보아야겠다.

''길은 가까운데 있는 데도 이것을 먼 곳에서 찾는다(道左邇而求諸遠)''고 맹자가 말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