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부 < 서울시의회 의장 Lyb@Lybcv21.co.kr >

내일부터 사흘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은 삼국시대부터 전해내려 온 우리 민족 고유명절 가운데 가장 큰 명절이다.

신라때는 왕이 궁궐 뜰에 나와 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고,고구려는 동네마다 ''편 싸움놀이''로 하루를 즐기면서 용감한 기상을 키웠으며,백제는 설을 국가 행사로 치렀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민족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설을 맞는 분위기와 풍습에 차이가 있을 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우리 민족에게 설날의 진정한 의미는 세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배는 단순히 어른들에게 절을 올리는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어른들이 후손들에게 넉넉한 덕담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길이 계승해야 할 미풍양속이다.

어려움과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덕담이야말로 가장 값진 새해선물이다.

세배와 덕담만큼 후손에게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뿌리깊이 심어주는 풍습은 없을 것이다.

객지에 나간 식구들이 설날만큼은 조상의 넋이 있는 고향에 돌아와 세배를 올려야만 그 해의 일이 잘 될 거라고 믿는 조상숭배의식도 재조명해야 할 때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나눔의 정신''을 배양하는 모태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그러나 이번 설 분위기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얼어붙은 경기 때문에 예상외로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난과 병마로 설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또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향의 아픔을 달래야 하는 이산가족들도 많다.

이번 설날만은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한 살을 먹는 설인 만큼 지금까지의 불신과 오해,반목과 갈등을 한 그릇의 떡국과 함께 비워버리는 ''상생(相生)의 설''이 됐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