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8일 오후 늦게 한 장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로 급히 보내 왔다.

개인신용카드로도 전국의 모든 백화점 상품권을 살 수 있도록 백화점업계와 합의해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개인명의의 신용카드로는 선불카드식 상품권만 살 수 있고 종이로 된 일반 상품권은 구입하지 못하게 돼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명절 선물로 인기있는 품목이어서 설을 앞둔 개인 신용카드 사용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여신금융협회는 한시간도 채 못돼 발표를 뒤집는 소동을 벌였다.

여신금융협회의 발표 직후 백화점협회가 합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여신금융협회 박세동 이사는 "백화점업계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연락이 와 나중에 백화점과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다시 발표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백화점협회는 여신금융협회와 최종 합의한 적이 없는데도 이같은 내용이 일방적으로 발표된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여신금융협회에서 개인 신용카드로도 상품권을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먼저 제의해 최근까지 실무협의를 해왔다"며 "담당 실무자끼리 논의중인 사항을 사전통보도 없이 합의했다고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여신금융협회가 설 대목이 다가오자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높이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발표를 서두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대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시행돼야 회원사인 신용카드사들이 재미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성급한 발표로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었다.

이날 저녁 일부 백화점 직원들은 여신금융협회의 발표소식을 들은 고객들의 잇따른 문의에 일일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여신금융협회는 일반인들의 소비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여신금융협회가 부린 욕심이 낳은 결과는 소비자들과 백화점업계의 따가운 눈총뿐이었다.

박해영 경제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