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17일 발표한 경영개선계획은 반도체이외의 사업부문을 분리 또는 매각하고 1조원 상당의 비영업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전자는 이런 노력을 반도체 전문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자구계획의 성패 여부는 반도체 경기(가격)가 어느 정도 호전되느냐, 빌딩 등 자산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도록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 노조가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자구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유보적이다.

◆ 반도체 빼고 모두 분리 매각 =현대전자는 반도체 전문회사로 남고 나머지 두 축인 LCD(액정표시장치)와 통신 부문은 분사 또는 제휴를 통한 조인트벤처 설립 및 자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올해 안에 떨어져 나가게 된다.

특히 지원부문 인력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설립, 아웃소싱 영역을 넓히는 한편 D램 메모리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올해 71%까지 낮추고 시스템 IC 17%, S램(7%) 플래시 메모리(5%) 등 비메모리 분야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 팔 수 있는 것 다 판다 =만기가 돌아오는 5조6천7백억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매각 1조원 △가용현금 2조3백50억원 △신디케이트론 6천억원 △회사채 차환발행 2조9천1백억원 △해외조달 4천억원 등 6조9천4백5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이미 확보한 4천억원 외에 추가로 2천억원을 끌어들여 6천억원을 만들고 해외기채를 통해 4천억원을 조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산 매각은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유가증권 및 해외투자 지분을 처리한다는 원칙 아래 규모를 상반기 4천억원, 하반기 6천억원 등 1조원으로 잡았다.

당초 계획보다 4천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모두 판다''는 원칙을 감안하면 현대오토넷 현대정보기술 지분과 신세기 온세통신 지분, 맥스터 등 미국에 상장된 주식 이외에도 현대종합상사 지분 3%와 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 농구단 현대걸리버스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조직을 슬림화하고 임직원도 고통분담 =현재 2만2천명인 임직원 중 임원 30%, 직원 25%를 사업분리 등을 통해 줄여 상반기 안에 1만7천명 수준으로 만든다.

임직원들도 고통 분담에 나서 △임원의 임금 동결 및 상여금 1년치 반납 △임원승진 인사 6개월간 보류 △6개월간 임원 월급여의 30%로 자사주 취득 △노조와의 합의 아래 명절 선물 등 폐지 △각종 후생복지제도 축소 등을 실천키로 했다.

◆ 계열분리로 지배구조 개선 =계열 분리는 당초 올 상반기 1.4분기로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오는 3월까지 회사명을 바꾸기로 했다.

계열 분리를 위해 현대상선(9.25%)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1.7%), 현대엘리베이터(1.17%)가 보유중인 현대전자 지분 12% 가량이 자산매각을 총괄중인 살로먼스미스바니에 매각의뢰된 상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