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인데 기인한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이후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거품이 빠질만큼 빠졌다"는 인식이 뒷받침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다소 풀릴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에 희망을 건 선치매 수요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벤처펀드 결성규모가 3천6백5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이런 자금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자금시장의 해빙무드=올들어 BBB급 회사채가 인수되는 등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증시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의 해빙무드는 1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이 원화로 풀려있다는 점에서 예견되기도 했다.

벤처펀드 자금지원비율을 30%에서 40%로 높이는 등 정부 정책도 분위기 전환에 한몫 하고 있다.

이런 돈들이 벤처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거품빠진 벤처=벤처기업의 자금유치자세도 바뀌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투자배수도 낮아지고 있다.

투자자만 나선다면 기업가치를 종전의 절반이하로 평가해 투자받겠다는 기업도 적지않다.

군살빼기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닷컴벤처중 일부는 수익모델을 갖추기 시작했다.

코스닥에서 인터넷벤처가 반등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털의 움직임=벤처캐피털들은 투자를 시작할 채비를 보이고 있다.

KTB네트워크 김한섭 상무는 "벤처투자경험상 지금이 투자에 최적기라고 본다"며 "현재 여유자금 3천억원이 있어 시장의 예측가능성만 높아지면 올해 계획인 2천5백억원을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술투자 양종하 전무는 "자금시장이 안정되면 올해 예상투자규모(국내 1천억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창투 김광복 이사도 "올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으며 투자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벤처에 대한 해외투자수요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 최준영 벤처정책국장은 "미국 워싱턴의 한국벤처지원센터(KVC)에 접수된 외국인 투자의향에 따르면 기대이상으로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유치에 나서는 벤처=벤처기업들은 이런 분위기변화를 감지,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알파비젼텍은 벌써 펀드결성작업에 들어갔다.

임대형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인 엔터테크도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국민벤처펀드투자를 받은 인터넷무역사이트 이트레이더도 새해 들어 투자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벤처투자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지적이다.

근본적 경제환경(펀더멘털)이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가 늘어나도 낮은 배수에 전망좋은 기업에만 투자하는 ''건전투자''쪽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