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상태에 몰렸던 은행 신탁상품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다 올들어 회사채시장과 주식시장 상황이 호전돼 신탁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량은행의 신노후생활연금신탁과 특정금전신탁을 중심으로 뭉칫돈의 입질이 시작됐다.

◆ 신탁상품에 뭉칫돈 유입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이 신탁상품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앞장서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이면서도 은행이 원금을 보장해 주는데다 최근 주가 회복으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신노후생활연금엔 올들어 2천1백억원이 몰렸다.

국민 신한 한미 등 다른 우량은행의 수탁액도 4백억∼8백억원씩 늘었다.

고객이 자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지시하는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수탁액도 지난달 1조원 이상의 마이너스에서 올들어 2천5백억원 가량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 신탁상품 수익률 회복 =원금을 까먹던 주식형 단위금전신탁 상품들이 올들어 주식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줄줄이 원금을 회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푸른소나무 안정성장형1호의 기준가격은 지난 10일 만기시 1,001.85원으로 원금을 회복한 뒤 청산됐다.

한미은행의 하이전환1호의 기준가격도 958.64원에서 13일 현재 1015.67로 뛰어올랐다.

국민은행의 전환형6호와 조흥은행의 조흥베스트 G-6(성장형)도 수익을 내고 있다.

◆ 은행, 신탁영업 강화 =이처럼 신탁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은행들은 신탁부문의 영업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은 올 하반기중 인터넷으로 가입이 가능한 사이버신탁상품을 개발하고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고객의 자산규모와 투자성향을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랩어카운트형 신탁상품을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시중은행들은 신탁을 살리기 위해 △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신탁상품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신탁상품을 허가해 줄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 은행권은 분리과세전용 신탁상품을 만들기 위해 곧 대책반을 구성, 상품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병연.이상열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