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한반도에 새천년이 밝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반도가 평화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기대가 널리 퍼져 있다.

전례없는 평양 정상회담이 지난해 6월 있었고 평양은 다른 나라들이 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면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과 평양 간 철도를 복원하기로 한 놀라운 사건은 몇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과의 구체적인 평화와 화해''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자 국제 사회는 저마다 무엇인가 굉장히 중요하고 희망적인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1998년 집권 이래 김 대통령은 인센티브와 보상을 통해 북한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평화 시대를 지향하게 된 것은 이같은 햇볕정책에 따른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귀결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도 페리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햇볕정책에 가담했다.

이들의 판단이 옳은지는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판단해 주겠지만 최근 한반도의 상황을 단지 ''포용''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하는 점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사실 현실에서 변한 것은 없다.

북한은 아직까지 핵무기와 미사일,그리고 재래 군사력을 줄이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수세기 동안 정치가들은 종종 더 나은 천년 왕국을 꿈꾸는 낭만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유혹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역사적으로 이러한 믿음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그 나라의 안보와 시민들의 번영에는 거의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국 국민 과반수가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한국내에서는 이미 대북 정책을 둘러싼 모순이 시작되고 있다.

포용정책은 최근 궁지에 몰려있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평양이 무엇인가 보여줄 차례다.

한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막대한 재래 무기를 감축하거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확증을 보여줘야 한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적인 목표를 제시해 북한 내부에서 변화에 대한 동기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이 정권의 군사력을 제어해야 한다.

서구가 북한의 다양한 협박 전략에 덜 휘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도 필요하다.

대북 전략의 초점은 평양이 어떤 방식으로 긴장과 분쟁을 조장하려 할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또 경제 성장이나 인권과 같은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 위주로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전략은 또한 ''포스트(後)북한 시대''에 대비해 공고한 지역 안보 체계를 설계하는 데도 맞춰져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태평양 주변의 강대국 모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수립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

워싱턴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대북정책도 조정을 거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현 정부보다 더 현실적이고 덜 낭만적인 정책을 쓸 것이다.

한국의 평화와 자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입안가들은 기적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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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정치경제학자이며 ''북한의 종말''의 저자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가 월스트리트 저널 자매지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1월15일자에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