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18개월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백17.6엔을 기록한데 이어 조만간 달러당 1백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최근 한두달 사이에 유로화를 비롯한 주요통화 환율이 모두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엔화환율은 우리경제 전반에 워낙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할만 하다.

최근 엔화시세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이유는 일본경제의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0.8%로 떨어지자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렸고 11월 들어서는 산업생산이 지난달보다 0.8% 감소한데 이어 실업률도 4.8%로 치솟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같은 사태전개에는 지지부진한 금융구조조정 외에 미국경제의 경기하강 탓이 크다고 풀이된다.

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는데 급급한 일본은행들이 돈줄을 조임에 따라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이에따라 언제 대형 부도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시장불안 심리가 다시 팽배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경제의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면서 일본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고 있고 미국경제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절대적인 아시아경제가 침체돼 무역과 금융에서 아시아권과 거래가 많은 일본경제는 이중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당분간 엔화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은 추세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그냥 내버려 두는게 상책이다"라는 올해 초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재무상의 발언에 이어 로렌스 린지 미국 백악관 경제고문 내정자가 "자본유입은 미국 번영의 기반이 된다"며 강한 달러정책 고수의사를 밝히는 등 미국과 일본정부가 엔화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서방선진 7개국(G7)이 달러당 1백25∼1백30엔까지 엔화약세를 방치하기로 이미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가뜩이나 미국경제의 경기하강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는데다 엔화약세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해지고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마저 올라 더욱 힘든 상황이다.

특히 어려운 처지에 몰린 일본 금융기관들이 해외대출 회수에 나서고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면 제2의 통화위기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때 올해 우리기업들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