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아주머니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여성의류 한벌을 사고는 공항으로 달려갔다.

너무 서두르다 그만 비행기표를 매장 카운터에 놓고 와버렸다.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뜻밖에 백화점 판매사원이 나타나 표를 건네줬다.

뒤늦게 표를 발견한 판매사원이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아주머니는 이 백화점의 단골 손님이자 홍보맨이 돼버렸다.

미국 시애틀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70년대에 있었던 실화다.

최근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또 있다.

한 노인이 노드스트롬 매장에 타이어를 반품하러 왔다.

판매사원은 두말하지 않고 타이어 세트를 환불해줬다.

타이어를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돈을 되돌려준 것이다.

노드스트롬은 고가상품만을 취급한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가.

노드스트롬은 손님의 반품이나 환불 요구에 대꾸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노(No)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사규 때문이다.

노드스트롬이 고객서비스의 신화적 존재로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것.

그외의 규칙은 없다'' 노드스트롬 종업원 핸드북 첫머리에 나와있는 사규 제1조다.

자신이 판단해 고객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실행하라는 것이다.

모든 권한을 현장 직원에게 준다는 뜻이다.

노드스트롬백화점은 1901년 스웨덴 출신 이민자인 존 노드스트롬이 친구인 칼 월린과 함께 시애틀에 차린 구두상점 ''월린 앤드 노드스트롬''이 그 뿌리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어떤가.

우리는 판매사원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없다.

따라서 고객을 감동시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백화점은 매장을 직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제조업체에 매장만 빌려주고 대가를 챙기는 ''수수료 매장''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판매사원은 백화점 소속이 아니고 제조업체 사람이다.

백화점측이 ''고객이 좋다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계속 가라앉으면서 백화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경기를 이길 수 있는 비결이 달리 있을 수 없다.

첫째도 서비스,둘째도 서비스다.

말만으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