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ceo@secui.com >

5년 전 뉴욕에서 일할 때 한 유치원에 가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갖고 놀다 5분쯤 지나면 다른 아이의 것과 자연스럽게 바꿔 가지고 놀았다.

''우리''보다 ''나''를 더 내세우는 서양이지만 어릴 때부터 ''공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GE 같은 기업에서도 오래전부터 정보공유 문화가 정착돼 있다.

CKO(Chief Knowledge Officer:최고지식관리자)제도의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위기를 맞았던 크라이슬러도 90년대 중반 소형차 네온의 개발단계에서 디자이너 엔지니어 조립기술자들을 한 팀으로 묶는 혁신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의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며 시너지 효과를 발생,60개월 정도 걸리는 출고시일을 반으로 단축시켰다.

기사회생의 토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외국의 글로벌기업들은 가치있는 정보를 기업 목표에 맞는 지식으로 빠르게 전환,공유하는 것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기업은 아직까지 ''정보의 공유''보다 남과 다른 ''노하우''를 갖는 것을 우선시한다.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지식 및 정보 공유의 가능성을 내세우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정보는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유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실패한 기업의 정보나 업무 실패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공유케 해야 한다.

또 구성원들의 지식을 모은 ''지식정보 풀(pool)''을 구성,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한다.

태국의 오리엔탈호텔은 전 직원이 고객 데이터를 공유,고객들의 취향 등을 암기하게 한다.

그 덕분에 이 호텔은 수년째 ''세계 최고의 호텔''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살아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도 형성해야 한다.

일본기업들은 벤쿄가이(공부회)나 ''이업종간 커뮤니티''등을 통해 정보의 편식을 막으며 비즈니스 폭을 넓히고 있다.

정보는 나눌수록 큰 자산이 된다.

나에겐 아주 작은 정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의 운명을 바꿀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 국가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앞으로는 얼마나 효율적인 ''정보공유 인프라''를 갖췄는지가 기업의 성패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