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산업에 공헌한 네덜란드의 ''포커항공''이 사라지더니,미국의 ''맥도널더글러스''가 가버렸다.

또 최근엔 자동차 업계의 노장 ''올즈모빌''이 문을 닫았다.

올즈모빌의 ''사인''은 자연사가 아니라 젊은 경영학 석사들의 무자비한 철퇴를 맞고 쓰러졌는데,그 배후에는 일본의 혼다와 도요타가 있다고 한다.

올즈모빌은 자동트랜스미션을 개발했고,1940년대에는 강력한 단발 고압축엔진을 개발해 그 명성을 떨쳤으며,70년대엔 ''커틀러스''등의 승용차를 만들어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GM에 넘어간 뒤 장기간 쇠락의 길을 걷다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미국 ''기술관련 제조업''들이 이런 식으로 하나 둘씩 없어지거나 그 문화가 변형돼 가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자와 연구진이 이룩한 기술적 가치는 무시당하고,경영학 교과서에 따라 난도질해대는 젊은 경영학석사들의 행태만이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의 US스틸사가 그렇고,연료 및 가스저장시설의 세계적 기업 시카고 브리지사와 PDM사가 그렇다.

미국에도 기술자를 우대하고 또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특허를 존중하던 문화가 있었지만,현대 경영학이 대두하고부터는 ''기술은 필요에 따라 구입하거나 개발하되 그 투자는 최소한으로''라는 슬로건 아닌 슬로건이 판을 치게 됐다.

고용된 회사 최고 경영진은 기술자가 아니라 경영수치만 볼 줄 아는 이들로 가득 찬다.

장사가 잘 되는 부분은 광고와 판매 전략으로 더욱 증가시키되,장사가 잘 안되는 부분은 그 기술적 가치가 어떻든 없애버리는 것이 지금의 미국 경영 문화다.

반면 일본의 자동차산업계를 보자.일본의 도요타와 닛산은 계속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미국의 소형차시장을 혼다가 완전히 석권한 것은 바로 70년대 말 세계연료 파동 때다.

이후 도요타의 캠리가 미국 전역에 판매되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점유율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의 전통적인 경제관을 존경한 나머지 자기의 최고경영인을 보내어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제조업이나 부동산처럼 유동성은 없으나,확고한 시장기반에 의존한 자산은 건축의 기초가 튼튼한 것처럼 확고하다는 것이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이 그런 종류의 기업이다.

반면 한 여름 뭉게구름같이 피어난 자산은 언제 바람처럼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고 보는 게이츠의 염려는 당연하다.

우리 나라 자동차산업을 보자.우리는 일본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다.

즉 기술도 자본도 시장점유율도 비교할 수 없으리 만큼 낮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만의 장점이 있다.

그것은 재벌식 경영에서 체득한 ''기동성''과 또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고 민첩한 기능공의 ''손''을 갖고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미국시장을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일본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인의 ''증오의 대상''이 되어 노조집회 때마다 집단 난도질당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어느 시골에 가더라도 일본차는 그들의 생활 필수품화됐다.

하지만 일본차는 비싼 것이 문제다.

만일 우리 나라 자동차가 성능은 비슷하고 가격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견지한다면 이보다 좋은 시장은 없을 것이다.

현대의 각종 승용차와 기아의 스포티지는 인구 5백명 이하의 작은 시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정도다.

시장점유율도 3% 가량 된다는 보고가 있다.

돌이켜 보면 건설업의 지식도 기반도 경험도 없던 우리가 중동에 나가 그 어려운 미국 영국기술자의 검증을 받고도 반타작 이윤을 냈다.

우리에겐 민첩하고 정밀한 기능공의 손이 있다.

여기에다 기업인들의 의욕과 기백을 살려낸다면 경제위기론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장점을 길러주는 토양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다.

...............................................................

◇필자 약력=

△서울대 건축공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공학박사
△프레스텍인더스트리 창업
△시세로 엔지니어링 서비스사 창업
△미국 항공국 인준 자가용비행기조종 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