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아시아 시장에 금융위기가 몰아 닥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촉발된 위기는 정책입안자와 투자가들의 신뢰를 깡그리 흔들었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를 통해 글로벌화된 세계에서의 자본 유동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통한 교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경제 취약성의 근원을 확인하는 한편 위기가 시작되면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각국의 경제가 투명해야 시장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았다.

물론 위기에 대한 아시아국가들의 처방은 성공적이었다.

이 지역은 점진적으로 괄목할 만한 회복을 보여왔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3년전보다 불안에 대한 우려는 많이 가셨다.

환율은 보다 더 유연하게 운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보여왔으며 실질적으로 외환보유고의 증가와 단기채무 감소를 달성했다.

더욱이 위기 경험 국가들은 금융과 기업부문에 개혁과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처리해왔다.

부실채권은 감소했고 금융시스템은 재편됐으며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됐다.

제도와 각종 규제도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이같은 모든 진전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최근 지표들은 이를 보다 더 명확하게 해준다.

개혁에 대한 노력의 지연은 단기간 경제성장을 지체시키며 장기간 안정에 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의 경우 유동자본의 유입을 보다 촉진하기 위해선 금융시스템을 더욱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기로부터 부채를 짊어진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

구조조정이 아시아나 개발도상국만의 부담은 물론 아니다.

선진국들도 그들 자신의 경제구조 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고도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끊임없는 개혁이 요구된다.

세계 무역장벽을 50% 없애면 연 4천억달러가 넘는 소득이 생긴다.

그 소득의 3분의 1은 개발도상국 몫이다.

나머지는 선진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윈-윈(win-win)상황이다.

구조조정은 선진국들간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는데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기둔화는 아시아국들로부터의 수입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따라서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특히 일본의 경우 금융시스템과 기업구조 등에서 과감한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세계 금융구조를 보다 견실히 하기 위해 IMF는 위기방지와 위기관리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IMF는 각국 경제의 투명성 증대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남아 있는 과제는 아직도 많다.

IMF는 국제자본시장의 역동성과 사적 금융기관의 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역으로 회원국들도 강한 금융 골격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

IMF는 아시아 각국 정부와 협력하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지역 경제의 운용에 개입할 것이다.

아시아국가들과 IMF가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시아의 안정을 가져오는 길이다.

이같은 노력이 계속되면 아시아지역에서 경제구조상의 리스크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높은 신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오춘호 기자 o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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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