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유럽의 항공컨소시엄인 에어버스가 슈퍼점보기 생산개시를 선언함으로써 촉발된 유럽연합(EU)과 미국간 마찰이 올해 세계 항공산업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EU가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에어버스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를 협의할 것을 EU에 요구해 놓고 있다.

그러나 EU는 보조금 지급이 미국과의 양자간 항공기 생산협정은 물론 WTO 협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미국과 EU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바탕에는 다소 복잡한 문제가 깔려 있다.

지난 92년 미국과 EU는 ''민간항공기 협정''을 맺었다.

그 내용은 우선 1백석 이상의 항공기에 대한 정부의 직접보조금이 총개발비의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양국은 또 군용기 제작 등에 대한 간접보조금은 민간항공기에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제공하지 않으며 무역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다만 간접보조금에 대한 상한선을 정했다.

EU는 에어버스에 대한 지원이 양자간 협정에서 정해진 33%라는 직접보조금의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EU는 에어버스의 경쟁자인 미국 보잉사가 항공 및 국방계약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간접보조금이 협정에서 정한 상한선을 넘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버스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없는 실정에서 EU의 이같은 주장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92년의 양자간 협정은 WTO협정으로 대체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에어버스에 대해 유럽 4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정부가 제공한 약 25억달러 규모의 대출은 양자간 협정은 물론 WTO 보조금 협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국측 입장도 한계는 있다.

민간항공기 무역협정(GATT 1979)이 80년에 발효됐지만 당시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한 논의는 구체적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 뒤 이 협정을 근거로 95년 WTO 복수국협정의 하나인 민간항공기 무역협정이 도입됐고,관련 위원회에서 이 협정의 운영과 개정방향을 논의해 왔다.

또 WTO 보조금 협정은 민간항공기에 대해 일부 예외규정을 인정하고 있다.

◆어떻게 될 것인가=사실 WTO 보조금 협정은 이해득실을 둘러싼 국가간 복잡한 계산과 협상의 산물이다.

이번 미국과 EU간 논쟁은 어떤 의미에선 서로 간의 이익계산이 현재 WTO 협정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대형 민간항공기의 생산이 미국과 EU에 의해 거의 독점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이점 때문에 미국과 EU 모두 WTO 회원국이고,또 WTO 보조금협정이 양자간 협정을 우선한다고 해도 이들이 양자협정을 존중하는 한 제3국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더라도 미국과 EU간 마찰이 증폭될 가능성은 많다.

우선 미국 보잉과 EU의 에어버스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미국 공화당 부시정권이 민주당 클린턴정권보다 보조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점이 변수다.

특히 아직 미국과 EU간에는 미해결 상태인 통상마찰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 맞물려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

◆유의해야 할것은=이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양국간 분쟁이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양국간 보조금 논쟁이 산업전반으로 확대돼 무역분쟁을 심화시킬 경우 WTO 보조금협정 개정이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재 특정산업에 대한 연구개발보조금 등 WTO협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보조금 규정에 대한 유효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당초 개정하겠다며 설정했던 한시적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과 EU간 마찰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