衆鳥同枝宿 天命各自飛 人生亦 何必淚點.

은행권의 ''선비''로 통하는 평화은행 김경우 행장이 지난 4일 사퇴를 밝히며 임직원에게 남긴 고별사다.

''한 가지에 머물던 새들도 하늘의 뜻이 있으면 각자 날아가는데 인생 또한 그러하니 어찌 눈물을 흘리겠느냐''라는 의미다.

김 행장은 작년말 평화은행 등 6개 은행의 완전감자 조치가 이뤄졌을 때도 유일하게 ''사죄'' 성명을 발표하면서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을 변형, ''모진 풍파에 시달려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 풀잎 같은 끈기''를 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오는 2월중 주주총회에서 공적자금 투입은행 경영진들의 물갈이는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지만 김 행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공적자금 투입과 완전감자에 대해 누가 물러나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김 행장 개인의 성품이 반영된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6%를 유지키로 한 정부와의 MOU 내용을 꾸준히 이행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완전감자 조치를 받게 된데 따른 항의성 사퇴라고 풀이하고 있다.

1941년생인 김 행장은 70년 재경사무관으로 공직에 몸담은 후 재무부 국제금융과장 외자정책과장 주영국대사관재무관 증권국장 등 요직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 98년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권고로 평화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이번 사퇴 때처럼 기술신보 노조가 간곡히 만류하는 등 조직내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다.

작년에는 외환은행장 제의를 거절하고 평화은행 살리기에 나섰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금융계에서 퇴장하게 됐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