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간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대한제국말인 1909년 전후인 듯 하다.

그해 3월 31일자 대한매일신보에 처음 종로에 있는 간판제조소의 광고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뒤 무질서하게 급속도로 늘어난 간판은 일제가 1922년 ''광고물단속규칙''을 만들어 규제했을 만큼 남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온사인간판이 등장한 것은 60년대에 들어서다.

그 뒤 서울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계기로 규제가 완화돼 활기를 띠게 된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상가건물이나 유흥가건물 전면은 온통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91년 1층에만 허용되던 가로간판을 3층까지 달 수 있게 완화했고 이·미용원 약국의 표지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정한 것도 간판의 난립을 크게 거들었다.

특히 서울의 무질서한 간판문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더 크게,더 많이,더 튀게''라는 욕심에 급급한 우리 간판은 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광고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와는 반대로 크지 않고,많지 않고 다른 간판이나 건물과 조화를 이뤄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튀기 위해 빨강이나 검은색등의 자극적 원색바탕을 쓰는 간판은 도시미관을 해칠뿐 아니라 운전자들의 신호등 색깔구분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IMF사태 이후 빨강바탕 간판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98년 허가·신고된 2천여개의 간판중 70%가 빨강색이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99년 서울시가 서둘러 조례를 개정해 간판의 빨강 검정의 원색바탕 사용을 절반이하로 규제하고 있다지만 시내 어딜 가나 빨강색간판이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서울시의 새해 주요시정계획 가운데 ''간판정비''가 들어 있어 관심거리다.

도시의 얼굴이자 이정표이기도한 간판은 선진국들도 엄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획일적 간판정비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시처럼 먼저 시범거리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디자이너나 제작자 교육도 선행돼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