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신뢰받는 투명한 경영.완전한 민간 기업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2001년 새해를 맞이한 "민영 포스코(포항제철)"의 유상부 회장이 새기고 있는 경영 화두다.

투명한 경영을 해야 시장 신뢰를 받고,시장에서 신뢰받아야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명한 이유에서다.

유 회장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9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나 새해 구상을 들어봤다.

-포스코가 지난해 10월 완전한 민간기업으로 변신한 뒤 ''시장원리''와 ''고객''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는 16일부로 실시할 조직개편 계획을 보아도 ''고객 중심체제로의 전환''을 겨냥한 것으로 돼 있고요.

"공기업 시절의 포스코는 생산자 중심의 마인드로 움직였던 측면이 있습니다.

독점기업으로서 변신에 제약이 따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조직의 시스템부터 고쳐야겠지요.

고객을 중시하고 시장의 신뢰와 직접 연결되는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고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타워스 페린이 유 회장을 ''2000년의 한국 CEO''로 선정하면서 투명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IT(정보기술)업계를 제패한 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체임버스 사장이 회사를 급성장시킨 비결도 투명 경영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더군요.

"기업이 시장에서 거래할 때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과 어떻게 흔쾌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신뢰가 있으면 쓸데없는 대치및 갈등과 같은 낭비 요인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이지요.

투명 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규칙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데 최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과 올림픽,한·일 친선대회에서 연거푸 국제 규칙위반으로 번번이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채 10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우물안 수준의 느슨한 룰에 안주해있던 업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체제일수록 국제사회의 비즈니스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퇴장당할 수밖에 없지요"

-올해 매출,이익,투자 등 경영 목표 가운데 특히 어느 쪽에 역점을 두실 것입니까.

"새해 매출(12조원)과 순이익(1조2천억원) 목표는 작년 수준과 엇비슷한데 비해 투자 목표(2조4천2백84억원)는 지난해(추정치 1조3천3백49억원)의 근 두배 수준으로 높여 잡았습니다.

스테인리스강·열연·선재·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강 생산시설 증강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연구개발과 인력개발 및 정보화 경영부문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포스코같은 소위 ''굴뚝산업체''들도 정보화,즉 e비즈니스를 서둘러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올해는 3천억원을 예비 투자예산으로 책정했습니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전자업체 하니웰을 인수키로 단 하룻밤 사이에 전격 결정했던 것처럼 포스코도 기회가 되고 사업성이 있다 싶으면 신속하게 진출할 수 있게끔 채비를 갖춰놓자는 것이지요"

-국내외 철강업계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시장을 놓고 각국 업체들간에 덤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적절한 해법이 없겠습니까.

"저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첫째 ''과잉 설비를 저지른 쪽에서 책임을 진다''는 결자해지 원칙과 둘째 수요자들에게 가장 좋은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도록 한다는 시장해결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원칙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극동아시아 권역을 포괄하는 전략적 제휴도 검토될 수 있으며 지역내 구조조정 차원에서 설비 집약 등 구조조정 논의가 있게 되면 적극적으로 동참해나갈 것입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