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trembling hand)''

완전균형 개념을 도입한 저명한 게임이론가 라인하르트 젤튼이 사용한 용어로서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젤튼은 인간이 어쩌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현실적 가정을 전제로, 어떻게 하면 균형에 이를 수 있는지를 밝혀냈다.

그는 여러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거나,일정한 시간주기로 되풀이되는 게임에서 잘못된 선택의 확률을 줄여나갈 수만 있다면 어떤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한가지의 가정도 추가된다.

최소한 과거의 선택에 대한 ''완전한 기억(perfect recall)''이 그것이다.

그래야 잘못된 선택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못하거나,잘못된 선택이 이뤄졌음에도 그것을 인정치 않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한다면 실수는 점점 증폭되고 결국 균형점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올해 경제전망이다.

''2001년 트렌드 10''이란 보고서를 통해 금년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잘못된 선택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그래도 경제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민생과 국가전략보다 대통령선거에 역량이 집중될 경우 국민의 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는 더욱 높아질 게 뻔하다.

정치는 경제정책의 ''원칙''과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연초부터 4대부문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며 믿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새해벽두 국민들에게 날아든 뉴스는 ''정치적 꼼수''였다.

선거에 의해 교섭단체 자격이 없어진 정당을 룰을 바꿔가며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려다 실패했다면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젠 ''작위적 의원이동''으로 이를 달성하려고 한다.

이는 전자보다 더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선택의 반복이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지수에 정신적 고통지수까지 높이면서 결국 경제정책의 원칙과 신뢰성마저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