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시대" "협동과 조화의 시대" "창조성의 시대" "상생(相生)의 시대"...

많은 학자들이 규정한 21세기의 키워드들이다.

거칠게 밀어붙여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과거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한마디로 여성적이다.

그래서 21세기는 "성의 시대"라고들 한다.

정보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속에 지적.감성적.미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 주도적인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얘기다.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비트 등 많은 석학들도 21세기는 정보화.세계화와 더불어 여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미 우먼파워는 정치.경제 등 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새 시대에는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함이 더욱 필요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여성의 지위와 존재양식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게 미래학자들의 예언이다.

이 예언은 이미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 왜 여성인가 =20세기는 대립과 갈등속에 투쟁해온 힘의 역사였다.

반면 21세기는 화합과 조화를 통한 공존의 역사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사회는 기계나 신체적 힘, 자연에 대한 정복, 무한 경쟁 등이 지배했다.

따라서 여성의 역할은 기계를 보조하는 단순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후기 산업사회는 신체적 힘보다는 지식이, 자연 정복보다는 자연과의 친화가, 전쟁과 경쟁보다는 평화를 지향한다.

이런 미래사회를 통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여성이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여성학자들은 자연.평화.감성의 특질을 갖는 "여성성"이 바람직한 가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보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보다 적합한 심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시간 감축이나 시간제 노동,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직장과 가정의 구분이 약해지는 것도 여성의 부각을 촉진한다.

이제 "여성은 가정으로, 남성은 직장으로"하는 개념은 먹혀들지 않게 됐다.

"일과 일상을 공유하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 정보사회의 주역으로 =20세기 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몰아쳤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의 파고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다.

21세기에는 그 위세가 더할 전망이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인적자본이나 기술에 체화된 지식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산업사회에 비해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전문직 사무직 등과 같은 직종에서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면서 기혼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현상도 활발해질 것이다.

산업연구원 조윤애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여성들의 진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힘이 커짐에 따라 가정경제를 이끌며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의 파워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한국의 미래 여성에서 찾자 =여성의 시대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아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00년도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과 경제활동 등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의 삶의질 수준을 평가한 한국의 남녀평등지수는 1백43개국중 30위로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의회 진출과 행정관리직, 전문기술직 비율 등을 감안한 여성권한 척도는 70개국중 6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16대 국회에서 여성비율은 고작 5.9%, 지방의회 여성비율은 2.3%에 불과하다.

고학력 여성들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전문대졸 이상 여성의 취업률(99년)은 17.7%로 남성(27.9%)에 크게 못미친다.

전문가들은 가족내에서의 역할 분담 문제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 사회적 장벽을 타파하지 않으면 여성은 "잠시 쓰고 버리는" 노동력군으로 추락하고 만다고 경고한다.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는 "21세기에는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안될 뿐만 아니라 사회 역시 여성 노동력을 요구하게 된다"며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과 함께 법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