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신사년 "뱀띠"해다.

60간지로는 18번째.

사는 오전 9시에서 11시,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한다.

한자의 뱀사자는 뱀의 형상을 일어서는 기운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 은나라 때 시작돼 한자문화권에서 시간과 방위 등에 활용돼온 십이지에서는 양화로 치는 말의 해와 대조적으로 뱀의 해를 음화로 풀이하고 있다.

안으로 따스함과 밝음을 간직하는 해라는 뜻이다.

뱀이 주는 느낌은 우선 징그러움이나 이질감이다.

하지만 그 이질감 때문에 뱀은 숭배와 배척의 두 가지 관념을 형성해왔다.

배척의 대상으로서의 뱀은 기독교 사상에서 잘 나타난다.

구약성서에는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들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한 동물"이라고 적혀 있다.

서양인들은 지혜가 있고 교활한 짐승이라고 해서 뱀을 흔히 "악마의 사자"(Satan)라고 말한다.

우리 조상들도 늘 뱀에 대해 위협을 느꼈다.

그 잠재적 집단심리가 아직도 우리에게 뱀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전시운영과장은 "우리 민속에서 뱀은 대체로 상서롭지 못한 동물로 치부돼 왔기 때문에 뱀에 관련된 민속은 음침한 민담에 그치고 있다"고 말한다.

위해를 가한 대상에게 반드시 보복을 한다든지,하물며 뱀도 은혜를 입으면 이를 갚는다는 식의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양과는 대조적으로 동양에서는 대부분 뱀을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땅속의 신으로 여기는 등 신성시했다.

아프리카 여러 민족들은 아직도 뱀을 신성한 동물로 숭배한다.

슬라브계 민족은 신궁까지 만들어 뱀을 숭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 사람들도 회색의 뱀을 신으로 여겨 죽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동국여지승람"에 남아있다.

영남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50여년전까지만 해도 집안에 서식하며 가끔 나타나는 구렁이는 집을 보호하는 신이라 해서 죽이지 못하게 했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구렁이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용이 된다고 믿어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뱀은 연간 1백마리의 새끼를 낳는 점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아프리카나 슬라브계 민족들이 뱀을 받들어 모신 것은 다수의 종족을 확보하려는 그들의 염원이 뛰어난 생식능력을 지닌 뱀에 대한 숭배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이트가 뱀을 남성의 상징으로 파악한 것 역시 뱀의 다산 능력과 관계가 있다.

우리의 꿈풀이에서도 뱀은 대개 잉태와 연관된다.

구렁이에 물리는 꿈을 꾸면 큰 인물을 잉태하게 되며,여자의 몸에 구렁이가 감기는 꿈은 배우자를 얻거나 아기를 배는 꿈으로 풀이된다.

뱀이 대문으로 들어오는 꿈은 집안 식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렁이가 구멍속으로 들어가는 꿈도 임신의 조짐으로 본다.

뱀은 또 재생 혹은 영생을 의미한다.

뱀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겨울잠을 자며 허물을 벗는 동물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 때문에 뱀은 정력제로 둔갑하기도 한다.

뱀은 최고의 정력제로 꼽혀 구워먹고 달여먹고 술에 담궜다 먹는 등 갖가지 요리로 수난을 겪었다.

먹는 것 외에 뱀 가죽은 지갑 핸드백 혁대 등 각종 산업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력 정월 첫 사일은 "뱀날"로 불린다.

이 날에는 남녀 모두 머리를 빗거나 깎지 않으면 뱀이 집안에 들어와 화를 입게 된다고 한다.

뱀날에는 또 빨래를 하지 않고 바느질도 하지 않는다.

땔나무를 옮기거나 집안에 들여놓지도 않았다.

뱀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사년 뱀의 해인 올해에는 뱀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