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 디지털 경제硏 이사장 >

지난해 4월부터 1단계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환거래가 자유화됐고,내년부터는 2단계로 개인에 대해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에 송금도 하고,한도없이 여행경비도 쓰고, 해외에 예금과 투자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외화도피를 우려,외환사정이 어려울 때 대외채권의 회수를 명령하고, 자본거래의 허가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외환거래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해 세무조사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오히려 보완대책이 지나친 감마저 있다.

외화도피 문제는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예금부분보장제가 실시되는 것과 맞물려 40조원 정도의 뭉칫돈들이 피난처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더욱 증폭됐다.

미국 재무부채권이나 해외펀드에 투자하려는 상담이 늘어나고 있고,시티뱅크가 팔고 있는 해외뮤추얼펀드 가입금액이 올 하반기에 크게 늘어났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내년의 우리경제는 성장도 둔화되고 국제수지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어둡기만 한데 설상가상으로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영하의 추운 날씨에 ''동투''까지 벌이고 있으니 제2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만 간다.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데 21세기를 맞아도 정치는 서로 때려 잡고 분열로만 치달아 희망이 보이지 않고 사건이 사건을 덮으며 부정부패의 행렬은 계속된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예상보다 20점 이상 높았고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와 만점자도 서울대 인기학과에 떨어지고,서울대에 갈 수 없는 과학고 2학년 조기졸업생이 미국의 명문 하버드에 합격하는 코미디가 벌어지도록 이미 교육환경은 초토화됐다.

서울에서 과외시키는 것보다 해외유학이 돈도 적게 들고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뉴욕에 근무하던 10여년 전 외환거래가 엄격히 규제되던 때에도 내로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자녀가 조기유학 와서 집도 사고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말썽을 빚기도 했다.

정치와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개혁은 치외법권이고,노동개혁은 겁만 먹고 있고, 기업개혁은 했다는데 부도는 이어지고,금융개혁은 1백조원을 붓고도 헛물만 켜고 있는데 근로자들의 눈앞에는 벌써 3년 넘게 저승차사같은 정리해고가 어른거린다.

올해 실망이민이 1만5천명이나 된다는데 내년에는 얼마나 될까?

국세청은 외환거래자유화에 대비해 외화유출심리를 사전에 차단한다고 빈번하게 외국골프여행을 간 44명,외국관광으로 외화를 낭비한 21명,외환변칙거래를 한 21명등 1백2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나서고,명동과 남대문시장 암달러상도 단속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국세청은 언젠가 연방이민국이 불법체류자정보를 요구했을때 "Mind your business!"라며 거절하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데,외화도피에도 과외단속에도,때론 정치에도 끼여드는 우리 국세청!

1986년인가,범양상선이 외화도피혐의로 국세청의 조사를 받다가 못 견디어 박건석 회장이 투신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뉴욕의 금융인들은 나에게 한국에선 아직도 외화도피가 범죄가 되느냐고 물었다.

수출하고 받은 외환의 자율적인 포트폴리오 관리가 왜 죄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개발도상국 중에도 처벌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외화도피는 어제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내일도 있다.

살고 싶은 나라,지키고 싶은 사회,가고 싶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돈은 찾아간다.

외화도피를 범죄로 다스리기에는 경제적 국경이 이미 무너졌고,자꾸 조사하고 괴롭히면 아예 이민을 떠나버리고 만다.

우리가 진실로 물리쳐야할 것은 외화를 도피하게 여건을 만들어 놓고서 ''풍차를 보고 돌진하는 돈키호테''같은 사람들이다.

"돈키호테는 들판에 있는 풍차를 보고 사악한 거인들의 무리로 생각하여 ''이 비겁하고 어리석은 놈들아 도망치지 말아라''고 소리치며 방패로 몸을 가리고 옆구리에 창을 끼고 로시난테의 말굽이 달릴 수 있는 최대의 속력으로 돌진해 풍차를 냅다 질렀다.

세찬 바람을 받아 무서운 힘으로 돌아가는 날개를 찌른 창은 박살이 나고 돈키호테와 말은 날개에 휘말려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들판에 나뒹굴어졌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