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21개월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천2백37원으로 급등한 것은 여러모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최근들어 하루 환율변동폭이 10원 안팎에 달하는 등 절하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그렇고 당분간은 원화약세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고착화돼 이것이 다시 원화절하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급격한 원화절하가 계속될 경우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커질 것이고 이것이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당장 정부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할 비상사태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최근의 원화절하가 크게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절하속도가 완만해지고 내년 상반기중 달러당 1천2백50원 정도에 머물러만 준다면 수출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그동안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주요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됐던 원화가치가 적정선을 되찾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최근의 환율불안은 현재 진행중인 2차 금융구조조정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구조조정과 노사불안 증폭, 그리고 미국증시의 급락 가능성 등이 모두 유동적인 원화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관계당국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또한 정부는 대외경제여건의 급변 가능성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 부시정부가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해 국제자본이 대규모로 이탈할 경우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경상수지적자까지 겹쳐 세계증시가 급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리고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통상압력에도 대비를 서둘러 국제수지 흑자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