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노조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은행간의 합병논의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1호'' 우량은행 합병선언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하나-한미은행의 합병도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이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어 이미 연내 성사는 물건너 갔고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지난 20일 "연말까지만 한미은행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한미은행과 칼라일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독자생존이나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상태로는 칼라일이 연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동의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계 대주주라는 암초에 좌초,합병 무산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칼라일은 국민-주택의 합병성사 여부를 지켜보면서 가능한 한 유리한 협상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한 지연작전에 나서고 있다고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 주도 지주회사에 외환은행까지 끼워넣으려던 정부의 시도도 코메르츠의 기약없는 "관망"으로 성사가 힘들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는 지난 17일 독일 코메르츠를 방문,한빛은행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직원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노조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코메르츠의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주도 지주회사만이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과 국영종금사 등으로 구성돼 현재의 각 금융기관 시스템을 1년6개월 동안이나 유지하는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부실정리라는 1차 금융구조조정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우량은행 탄생이라는 2차 구조조정의 목표가 뒤섞여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위축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만 불러왔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