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은행의 소액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미봉에 미봉을 덧대는 잘못된 조치라고 본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신주인수권을 주면서 소액주주를 우대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부터가 의문인 터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특혜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전액감자가 불가피했다"는 논리가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자본차익을 올리도록 해주겠다"는 쪽으로 뒤바뀌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논리의 전도(顚倒)에 다름 아니요 경제정책이 왜 신뢰를 얻지 못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비록 신주인수권을 준다하더라도 그것이 알토란 같은 돈을 모두 날려버린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있는 보상책이 될지도 의문이다.

멀쩡하던 주식이 당국의 말 한마디에 휴지가 되어버린 터에 "이번엔 신주에 투자해보라"는 당국의 권유를 솔깃하게 받아들일 투자자가 있겠는가 말이다.

은행 주식에 대한 거래정지 조치가 풀릴 가능성도 낮은 상태이고 신주인수권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난망이라면 비록 장차 상당한 자본차익이 기대되는 주식이라 한들 이를 매입할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되풀이 되는 장관의 사과라는 것도 딱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BIS비율 8%를 넘는다던 은행 주식을 전량 소각하기에 이른 당국의 평가 기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으니 장관은 무엇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인지부터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거듭 사과 성명을 발표한들 이를 진솔한 사과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급한 김에 전액감자부터 단행하고,여론이 나빠지자 서둘러 새 주식을 주겠다는 임기응변의 정부라면 시장의 신뢰인들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말이다.

경제정책은 합리적이고도 신중하게 결정하되 한번 결정되면 원칙에 맞게 밀고나가야 한다는 점을 이번 전액감자-신주인수권 해프닝을 통해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