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자들이 선사시대의 암각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70년 경남 울주에서 천전리각석이 발견되고 72년 그곳에서 2㎞쯤 떨어진 대곡리에서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이 두군데 선사문화유적의 발견은 한국 암각화연구의 기폭제가 됐다.

한반도에서도 시베리아지역의 암각화와 연계되는 선사문화유적들이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암각화가 울산의 상징이 되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부터다.

천전리각석(국보147호)에는 마름모꼴 원 십자 삼각무늬 등 청동기시대의 기하학적 문양과 뱀 사슴 등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특히 선각으로 처리된 반인반수상(半人半獸像)이 관심거리다.

반구대 암각화(국보285호)는 가로 8m,세로 2m의 바위벽에 고래 개 늑대 멧돼지 곰 토끼 여우 거북 물고기 사람을 돌을 쪼아서 형상화한 3백여점의 그림과 고래잡이모습,배와 어부의 모습,사냥하는 광경등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청동기인들이 사냥과 어로의 풍요를 빌던 제의소였다는게 중론이지만 아직 학자마다 주장이 제각각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울산시가 두 유적지를 묶어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입로 폭 확장, 선사마을조성,고대문화전시관건립,편의시설과 주차장 설치가 기본구상이다.

보존이나 연구보다 관광자원화를 위한 개발에 치중하면 결국 유적훼손을 초래할 뿐이다.

또 유적은 생태환경이나 자연지리와 함께 보존돼야 진정한 문화재로서 가치를 지닌다.

반구대나 천전리 암각화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가치를 지닌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구대는 잡화점식 유적 집합소보다는 암각화만의 유적지가 돼야 가치가 살아난다.

학자들의 연구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구대암각화는 연중 8개월 동안 물에 잠겨있어 과학적 보존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때마침 한국고고학회 한국암각회 한국미술사학회등 8개 학술단체와 환경단체가 성명을 발표, 공원화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