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은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있다.

아무리 불황의 골이 깊어도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상품은 소비자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마케팅 불변의 원칙은 시장상황이 크게 요동쳤던 2000년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올 상반기에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신상품이 쏟아지고 소비도 크게 늘어났으나 하반기 들어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고객 대상을 분명히 설정하고 틈새시장을 파고 든 제품들은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층의 변화를 재빨리 감지, 달라진 여건에 맞춰 경영 전략을 전개한 기업들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킨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비씨카드의 BC-TOP카드, 신세계 이마트, 진로의 참眞이슬露 등 소비시장을 리드한 51개 상품을 "2000년 한국 소비자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시기별로 보면 상반기에는 인터넷 바람이 불면서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각광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반기에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불황에 강한 유통 식음료 생활용품들이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올해 소비자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던 이들 상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새 상품이 소비시장에서 자리잡는데는 마케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경쟁상품을 제치고 히트상품이 되려면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기업들의 기술력이 비슷해지고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능력에 따라 제품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층이 히트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도 새로운 트렌드다.

사회활동이 늘어난 커리어우먼과 주부들이 찾는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펠냉장고, e-편한세상 아파트, 동글이청소기, 태양초 골드 고추장, 여성정장 부문의 타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소년을 겨냥한 상품중에도 히트상품이 많이 나왔다.

삼성생명의 뉴어린이닥터보험, 삼천리자전차공업의 테크노보드, 롯데삼강의 거북이알, 오리온프리토레이의 오감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경기를 적게 타는 어린이 용품들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씀씀이가 커진 상류층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값비싼 제품 역시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21세기 뉴밀레니엄 시대의 중추산업으로 떠오르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관련 상품들도 대거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디지털상품들은 하반기들어 다소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각광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동전화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듀얼폴더(단말기) SK텔레콤의 n-top(서비스) 등이 히트상품으로 뽑혔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인터넷 서비스)과 하나로통신의 "나는 ADSL"(인터넷 전용선) 등도 선정됐다.

컴퓨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데스크톱), LG-IBM의 씽크패드(노트북), LG전자의 플래트론(모니터) 등은 상품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식음료와 유통 부문에서는 장수 히트상품이 많은게 특징이다.

진로의 "참진이슬로", 하이트의 "하이트맥주",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 클래식" 등은 몇년째 경쟁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유통부문에서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이마트 등은 브랜드력과 서비스를 무기로 국내외 경쟁사의 거센 도전을 따돌렸다.

이번 소비자대상 선정 결과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우수한 마케팅 활동이 받쳐 주는 제품만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익태 제일기획 브랜드컨설팅그룹 소장은 "올해 히트한 상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계층의 양극화 현상을 꿰뚫어 본 상품들"이라며 "소비자들을 정교하게 분석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