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진 < LG-EDS 사장 hjoh@lgeds.lg.co.kr >

1980년대 초반에는 브라질과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했다.

두 나라 모두 많은 중견기업,풍부한 자본,훌륭한 인력을 갖고 있었다.

또 전기전자제품 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특히 팩스기 시장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 생산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일본의 후지쓰 한곳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의회는 지난 88년 자국내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팩스기를 포함한 모든 전자제품에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한 반면 대만은 팩스기에 대해 무관세를 선언하고 공개경쟁을 벌이도록 했다.

6∼7년 후 대만의 팩스제조업계는 세계 선두주자로 부상한 반면 브라질의 팩스기는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비싸 결국 소멸단계에 이르렀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초기 컴퓨터업계에서 자기의 표준만을 고집하던 데이터제너럴 코모도어 왕 프라임 등은 모두 실패하고 IBM 컴팩 델 게이트웨이 휴렛팩커드 에이서 등과 같은 IBM계열만이 살아 남았다.

이들은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공개된 표준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기술을 높인 컴퓨터를 만들어 냈다.

이제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자기 것만을 고집한다면 시장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비밀을 숨겨두고 폐쇄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면 변화에 뒤떨어지는 느린 조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와 지식은 완벽하게 통제될 수도 없으며 통제된 지식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정보를 고수하기보다는 진정한 핵심을 제외하고 과감히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역량은 정보와 지식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기업 전체의 학습 능력이다.

''천재조직을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쓴 워런 베니스의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우리 모두만큼 똑똑할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개인이나 기업,심지어는 국가도 혼자서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