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간 합병을 두고 금융노조가 총파업 투쟁방침을 밝혀 노.정 충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기존의 은행간 합병조합에 대해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합병 당사자간의 주도권 다툼설도 나오고 있어 합병작업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 금융노조 총파업 선언 =금융노조는 12일 정부가 강제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경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노조는 14일 전체 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국민.주택.한빛.외환은행 등 4개 통합 대상은행의 직원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 2백여명의 노조원이 14층 회의실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김상훈 행장을 만났지만 뚜렷한 답변을 찾지 못한 노조는 이날 저녁 전조합에 본점 집결 명령을 내리고 실질적인 합병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외환은행은 본점 부서장이 모여 한빛은행과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수렴, 김경림 행장에게 전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행장이 대주주의 통합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13일 이후에도 밝히지 않을 경우 ''경영진 퇴진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주택은행은 전날 조합원 의견을 물은 결과 국민은행과 합병에 대해 조사대상 5천5백명중 95% 이상이 반대했다고 밝혔다.

진성휘 노조 부위원장은 "중복 점포가 70~80%에 달해 합병이 이뤄지면 두 은행 인력 2만명중 6천명 이상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합병의 시너지 효과 있나 =은행 통합은 △정보기술(IT) 투자비 절감 △과다한 인력 및 지점 축소(경비절감) △자산규모 증대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기본적 효과로 얻는다.

문제는 현재 거론되는 은행간 합병구도에서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국민과 주택은행간 조합은 소매금융에 집중돼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작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유수한 연구소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국민과 주택은행간 조합을 분석한 연구소는 없는 형국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1개 은행합병 시나리오에도 국민+주택조합은 없었다.

오히려 LG증권은 이날 "우량은행간 조합이기 때문에 주가상승 여력은 있지만 업무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 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두 은행은 중복부문이 많아 상당한 인력 및 지점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업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한빛과 외환은행간 조합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빛+외환조합은 기술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덩치가 커지더라도 규모의 경제측면에서는 오히려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 증권은 "정부의 부실처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노출도가 편입후에도 지속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한빛)와 현대(외환)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두 은행간 통합은 새로운 금융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은행간 주도권 다툼도 문제 =최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은 합병과정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두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최근 무엇엔가 쫓기듯이 김정태 주택은행장에게 "먼저 합병 발표부터 하고 나중에 실무작업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주택은행장은 "''마스터 플랜''을 짜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합병발표를 절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택은행쪽에서는 김영일 전략담당부행장을 앞세워 국민은행측과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은행의 입장차가 워낙 커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고 있지 않는 상태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합병후 은행이름 △합병 비율 △존속법인 선정 △합병은행장 선정 등 앞으로 합의해야 할 중요사안이 너무 많아 과연 순탄하게 합병선언이 나올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두 은행이 합병하는데 그게 쉽겠느냐"며 "의견차가 너무 심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이상열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