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조6천억여원의 초대형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둘러싼 인수전이 오늘 판가름난다.

산업은행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별관에서 두산-두산건설 컨소시엄과 스페코-한라스페코-대아건설 컨소시엄등 2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한국중공업 주식 36%에 대한 경쟁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입찰에 뛰어든 두산 컨소시엄과 스페코 컨소시엄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해 주인찾기가 간단히 결판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도 최근 공공부문의 개혁 부진으로 여론의 잇따른 질타를 받자 한국중공업의 연내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 개혁 실마리를 풀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입찰 예정가는 기업의 종합적인 가치를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라며 "과거 장부가격(주당 1만7천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적정 인수가격=최근 시세로 따지면 한국중공업 주식 36%의 가격은 1천5백억원 안팎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적정 가격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증권가 일각에선 최근 제조업체들의 전반적인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한국중공업이 국내 발전설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시세보다 최소 1천5백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주요 발주처인 한국전력의 민영화가 가시화되면서 ''독점 프리미엄''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과 한국중공업의 자체 생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1천억원 밑으로 낮게 책정하는 시각도 있다.

◆두산 컨소시엄의 전략=스페코에 비해 자금력 우세를 내세우고 있다.

예금이나 현금처럼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3천억원에 달한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두산은 한국중공업의 매출액이 2조4천억원 수준으로 그룹 주력기업인 ㈜두산의 매출액보다도 많기 때문에 한중 인수여부가 그룹의 장래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는 비장한 분위기다.

특히 과거 경영위기 극복과정에서 OB맥주 지분 50%를 인터브루에 매각한뒤 뚜렷한 새 주력사업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두산은 한중 인수에 집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산은 한중과 같은 거대중공업의 경영능력을 의문시하는 일부 시각과 관련,그룹매출의 60%가 전자 기계 포장등 중간산업재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생소한 분야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페코 컨소시엄의 전략=작년말 한라중공업 플랜트 부문을 인수해 완전 정상화시킨 저력을 바탕으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종섭 스페코 회장은 "지난 25년동안 플랜트분야의 전문업체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어떤 업체보다도 한국중공업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덩치보다는 실력으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자금면에서도 두산보다 못할게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턱없이 높은 가격만 제시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차입 없이 충분히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택·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