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문화권 단위로서 한국과 일본은 협력적 파트너십이나 연합,공동체를 구상한 적도 없고 노력해 본적이 없다.

과거 역사에서 그런 경험이 없었거니와 한말(韓末) 김옥균의 대일 정치파트너십 경험도 역효과만 냈다.

현재나 장래에도 양국의 전반적 파트너십과 연합의 비전,설계,추진력을 갖춘 정치 리더십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은 전혀 없다.

동서 냉전기에 두 나라는 미국과 함께 중국 러시아 북한을 상대로 자유전선의 파트너십을 형성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도와 조정에 의한 것이었다.

오히려 이런 강제된 파트너십 때문에 양국간 ''불행한 역사청산''과제가 은폐·회피됨으로써 정상적인 파트너십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도 되었다.

이같은 냉전 파트너십의 온실이 벗겨지면서 한편에서는 시장원리에 의한 기능적 파트너십요구가 강화되고 있고,다른 한쪽에서는 국수주의·극우민족주의·패권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식민지 지배의 잔학한 사실과 기록을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기록 자체의 변조를 일삼는 우익국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 한·일간에는 아시아통화기금(AMF)구상이나 자유무역협정(FTA)계획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의 생산센터이자 에너지·자원·해운 수요의 최대중심인 동북아가 파트너십과 연합만 이룰 수 있다면 세계최대 외환보유고와 에너지·자원 구매력,전자 철강 조선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의 공급력으로 지금도 세계 경제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일·중은 이런 문제해결을 주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형성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결여돼 있고 불행한 역사 청산,역사의 진실된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한·일간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하고자하는 리더들이 ''새로운 역사창조''라는 의식과 비전 전략을 제시하고 실천의지를 담보해야 한다.

일본에는 자신의 역사기술,특히 근대사의 기록과 가치관을 교정하는 역사부활 작업이다.

역사청산과 역사기록 공유의 합의가 없는 한,더 이상의 역사왜곡이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없이는 전진이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통일후에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 배경에는 남북한 모두가 공유하는 일본에 대한 불신이 있다.

근대 일본의 주변국 침략과 그 기록의 은폐 조작 날조를 청산하지 않고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역이용해 가해자 전범자 침략자가 거꾸로 피해자 피압박자 평화수호자로 둔갑하는 진실호도를 계속하는 한 일본이 신뢰와 리더십을 인정받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북아의 지역협력은 부분적·기능적인 것이라도 계속되고 강화돼야 한다.

특히 민간쪽에서는 한·일역사교과서 공동작성,청소년의 역사인식 정상화를 위한 교류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필자는 93년 호소카와 총리의 ''8·15 종전기념식사''를 듣고 이제 일본의 정치지도자들도 변화하는구나 하고 감격했다.

이어 무라야마총리의 발언과 95년 6월의 중의원반성결의에 고무됐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오늘 ''거꾸로 가는 일본정치''와 국민정서에 회의를 갖고 있다.

다만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일본의 역사정리에 감성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판 안네 프랑크의 일기''''한국판 쉰들러 리스트'' 같은 작품을 만들어 식민지시대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한민족과 착한 일본국민이 당했던 반인간적 반인륜적 반문명적 행위와 이를 극복하는 휴머니즘과 사랑,자비의 스토리를 연극 영화 소설 시로 ''일본황국의 신민''들에게,전세계의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 천황이나 총리의 허식(虛飾)의 말이 아니라 일본 국민의 가슴속으로부터 참회와 사과의 눈물을 받아내려는 노력이다.

그 일을 양국 시민단체가 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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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과 일본의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원로언론인·학계·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한일 글로벌 포럼''기조연설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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