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서울 인천 광주 등 5개 도시에 있는 물티슈 제조공장의 영업담당자들이 일제히 컴퓨터를 켠다.

LG유통 홈페이지(www.lgmart.co.kr)에 접속, 인터넷비딩(bidding.입찰) 코너를 클릭한 후 각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물티슈 15만개의 최초 입찰가는 3억8천만원"이란 화면이 뜬다.

업체들은 납품가격을 각자 인터넷에 올린다.

제한 시간은 10분.

결국 3억2천만원을 적어낸 A업체가 낙찰됐다.

아직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똑같은 방식의 입찰경쟁이 2회 더 남아 있다.

세번째 입찰경쟁이 끝난 시간은 10시30분.

결국 2억1천만원을 적어낸 B업체가 LG유통에 물티슈 15만개를 납품하게 됐다.

LG유통은 당초 예상가(3억8천만원)보다 45% 싼값에 물티슈를 구매하게 됐다.

<> 비딩거래 늘고 있다 =인터넷 비딩이 기업들의 새로운 구매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비딩이란 기업들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때 인터넷을 이용, 다수 제조업체들간의 공개 입찰경쟁을 유도하는 방식.

기업으로선 인터넷상에서 입찰조건에 맞춰 최저 가격에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비딩시스템을 도입,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두산 계열 외식업체인 KFC와 버거킹 매장에 필요한 튀김용기름 휴지 컵뚜껑 등을 인터넷 입찰로 구입, 지금까지 70억원 상당의 구매경비 절감효과를 얻었다.

두산의 김용철 수석팀장은 "지난해 6월이후 인터넷 비딩을 통해 3백억원의 상품을 구입했다"면서 "인터넷 비딩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3백70억원이상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비딩시스템을 모든 계열사가 활용토록 한다는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

LG유통은 지난해 비딩시스템을 이용해 1백57억원어치의 상품을 구매했다.

올해 비딩 규모는 지난해의 두배인 3백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LG유통은 비딩을 이용한 구매량을 올해 10%선에서 내년에는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단체급식업체인 에버랜드 푸드서비스(www.everfood.co.kr)는 지난 4월 비딩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유 배추 쇠고기 등 5백상품을 비딩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10월까지 에버랜드가 비딩을 통해 구매한 상품총액은 16억원.

이는 전체 식자재 구매의 15% 수준이다.

에버랜드는 내년에는 비딩구매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도 비딩구매 예상액은 7백20억원"이라고 말했다.

<> 인기 요인과 전망 =인터넷 비딩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구매경비 절감효과"를 꼽을 수 있다.

LG유통의 김명득 인터넷 팀장은 "비딩을 활용한 결과 평균 20% 정도 구매경비 절감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구매 투명성"도 비딩의 장점이다.

기업들은 이제까지 구매담당자가 제조업체를 선정, 수의계약으로 상품을 구매해 왔다.

이같은 방식은 제조업체와 구매담당자간의 "물밑 거래"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제조업체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각자 상품공급단가를 공개한다.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에 상품공급의 기회가 주어진다.

제조업체는 공정한 "게임의 룰" 아래서 오직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비딩 거래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비딩 사업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LG유통은 최근 비딩시스템 대여사업에 나섰다.

비딩거래를 원하는 일반기업에 수수료(3%)를 받고 비딩시스템을 대여하고 있다.

사업시작 1주일만에 이미 3~4개의 업체가 비딩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인기다.

두산은 아예 인터넷비딩 전문회사를 만들었다.

두산은 지난 5월 비딩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10억원을 투입, netPSM(www.netpsm.com)이란 자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비딩 대행업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구매컨설팅도 함께 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멕킨지도 "비딩사업은 성장사업"이라고 판단, 이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비딩시스템을 활용하는 업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경제의 화두는 ''투명성''으로 떠올랐다.

''투명성''과 ''경비절감'' 효과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는 비딩거래에 대한 기업수요는 확대될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딩전문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대외경제연구소의 김양희 연구위원은 "미국의 인터넷 비딩업체인 프리마켓은 불과 3~4년만에 자산가치 3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며 "국내에서도 프리마켓과 같은 비딩전문업체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