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문제가 수도 없는 공청회와 토론회,위원회를 또 한바퀴 순례한 끝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모양이다.

무기한 연기한다는 금감위의 발표를 우리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증시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속보이는 핑계도 되풀이됐다.

생보사들의 주장을 경청하자니 계약자들의 여론이 따갑고,보험 계약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자니 주식회사의 법논리에 맞지않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 당국이 처음부터 문제해결을 기피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어떻든 이로써 삼성자동차 손실 뒤처리 문제도 미확정 상태로 되돌아 갔고, 교보생명 역시 주식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 기회를 갖기 어렵게 됐다.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가 실시됐던 것이 지난 91년이었으니 이미 ''세월''이라고 불러야할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고 일을 매듭짓지 못했다.

당국도 그렇지만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와 보험사들에도 문제는 없지 않아 보인다.

양쪽 모두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비타협적 논리를 고집한 끝에 합의점 없는 평행선 만을 내달려 왔을 뿐이었다.

보험 계약자들에게 공모주식에 대한 우선청약권을 부여하자는 타협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양쪽이 모두 상대측의 전면적인 양보만 요구하다보니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언제까지 덮어놓고 있을 수 만도 없는 것이 생보업계가 처한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이미 특정 생보사의 자산 전부에 대해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고 주식을 인수한 외국자본도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 외국계 자본이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면 당국은 어떤 논리를 내세워 삼성이나 교보에 대해서와 동일하게 계약자 지분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법대로를 내세우며 계약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할 수 없다는 보험사들도 문제 해결을 기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험자산의 운용수익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주식 가치 역시 시간이 갈수록 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을 보험사들은 간과하고 있지나 않은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이번 생보사 상장유보는 우리사회의 문제해결 능력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또 하나의 기념비가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여간 유감스러운 게 아니다.

결론없는 유보가 생보상장 문제뿐 만도 아니다.

이면합의설까지 불거진 공기업 개혁이나 금융개혁,노동시장 개혁 등 어느 하나 책임있게 매듭지어지는 것이 없다.

바로 이것이 문제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