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1백70여년전 미국에서 일어났다.

남녀간의 역할은 바뀌어 나무꾼역은 여기자(女記者)가,선녀역은 대통령이 맡았다.

미국 6대 대통령 존 퀸지 애덤스는 아버지도 2대 대통령이어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외교관출신의 신사였지만 여성언론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자들이 신청한 인터뷰는 모조리 거절하곤 했다.

어느 담대한 여기자가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이 새벽녘에 백악관 부근의 포토맥강에서 수영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녀는 어느날 잠복해 있다가 대통령이 옷을 모두 벗어 버드나무밑에 감춰두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옷을 찾아 거머쥔 이 여기자는 물속의 알몸 대통령에게 소리높여 회견을 요청했다.

당황한 대통령이 옷을 돌려준다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질문에 답해줄 것을 고집했다.

소란을 피워봤자 사람들이 몰려와 창피만 당할 터라 대통령은 물속에서 중앙은행설립과 재정문제에 관해 순순히 대답하고야 말았다는 얘기다.

아직 최종 판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애덤스가(家)에 이어 부시 집안도 부자(父子) 대통령을 내놓을 것 같다.

아버지들이 모두 재선에서는 실패했다는 점과 아들들이 우여곡절을 겪고나서야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는 점도 닮았다.

존 퀸지 애덤스는 1824년 선거인단 투표에서 2위에 그쳤다.

그러나 1등을 한 앤드루 잭슨이 과반수를 얻지 못해 하원에서 대통령을 뽑게 된 결과 애덤스가 당선된 것이다.

잭슨의 지지자들은 이에 승복하지 않았고 여기자 못지않게 애덤스정권을 물고 늘어져 4년 내내 정쟁이 그치지 않았다.

결국 다음 선거에서 애덤스는 잭슨에게 참패를 당하고 만다.

이번 미 대선결과를 둘러싼 분쟁은 부시와 고어 두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것 같다.

누구든 차기선거에서는 가망이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힐러리는 학생때부터 권력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다만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동안은 빌 클린턴을 통해 대리만족을 추구해왔다.

87년 남편이 스캔들 때문에 대통령출마를 포기하고 주지사 자리 마저 내놓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여론조사기관에 부탁해 자신의 지사당선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냉정한 성격 때문에 승산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을 다시 밀어붙여 지사직 재선을 이루게 했고 결국은 대통령까지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본인 스스로가 노력해 차가운 이미지를 고쳐 가며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4년 후 대선에서 힐러리가 성공해 부부가 번갈아 대통령을 하게 된다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장래에 한 집안에서 두 사람의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 여성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나 큰가?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해 한꺼번에 대답하려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을 주목해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박 의원이 당내 부총재로서 할말을 다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으로 까지 커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고(故)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든지 힐러리 열풍이 한국에까지 밀려온다면 부녀(父女) 대통령이 탄생하고 한·미 두 나라가 여인천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작다고만 할 수도 없다.

가족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점이 있지만 민주국가에서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선출된 것이라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우리로서는 누가 되든 ''정직하고 현명한 대통령''이 출현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표현은 아버지 애덤스 대통령이 신축중인 백악관 건물에서 바쳤다는 기도에서 유래한다.

"하느님! 이 집과 장차 이 집에서 살 사람들에게 최대의 축복을 내려주소서.정직하지 않고 현명하지 않은 자가 이 지붕아래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 본사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