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일 중의 하나가 복집에는 사철탕 집만큼이나 여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한여름 복날 사철탕 집에 남자들이 가득하듯이 복집에는 얼큰한 복 국물로 전날의 주독을 풀려는 남자들로 가득하다.

특히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맹독이 있어 그 위험성이 수시로 언급되고 있음에도 코끝이 싸해지는 계절이 돌아오면 복집은 코트 자락 휘날리며 드나드는 남자들의 왕래로 더욱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다가 풍류 하면 떠오르는 시인 소동파(蘇東坡)역시 복을 좋아하여 그가 양주(揚州)의 장관으로 있을 때 복이 올라올 철이면 복 먹느라고 정사를 게을리 했을 정도였고,"사람이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까지 극찬을 했다는 게 복어 요리다.

복어는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미식가사이에서도 그 인기가 워낙 높다.

시모노세키 복어 전문시장인 "하에도마리"어판장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검복 가격이 kg당 2만엔을 웃돈다.

소비자의 식탁에 나올 때는 수십만원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최근 세계 4대 진미식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복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복어는 조그만 입에 볼록한 배와 동그란 반점이 우선 인상적이다.

"하돈(河豚)"(강(江)의 돼지)이라 불리는 연유가 되는 복어의 볼록한 배는 복어가 성을 냈을 때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세계 1백 20여종의 복중에서도 참복으로 통하는 검복,까치복,자주복,흰밀복 등을 식용으로 사용한다.

검복을 최고로 치며 그 다음이 까치복,그리고 자주복과 흰밀복은 일반적인 가격대로 판매되는 복이다.

검복과 자주복은 모양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데 가슴지느러미 뒤쪽의 원형 반점에 흰 테두리가 없는 것은 검복,그 원형 반점에 테두리가 있고 등과 배쪽에 작은 가시가 있는 것은 자주복으로 보면 대개 맞는다.

일반적으로 복어는 살이 찌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맛이 좋고,이때 우리 나라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는다.

복어는 밤에 대부분 모래집 바닥에 숨어 휴면을 하므로 밤에 집어등을 이용하여 낚아 올린다.

이렇게 낚아 올린 복어는 손질을 잘 해야 한다.

복어 한 마리에 들어 있는 독은 어른 33명의 생명을 뺏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데 문제는 독성이 강한 종일수록 복어의 맛이 좋고,그 독이 있는 부위만을 제거하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 조리사 자격증 시험 과목 중에 유독 복어 조리사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복 사시미를 뜰 때 유난스레 테크니컬한 칼 솜씨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식품의 안전도를 위해 조리사의 무지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게 복어요리의 특성이다.

대표적인 복어 요리로는 복매운탕,복어회,복어찜,복어튀김 그리고 청주에 복 지느러미를 담가 데운 복지느러미술(히레 사케)등이다.

매운탕에는 혹시라도 남아 있을 복어의 독기를 싹 씻어주는 재료로 미나리를 함께 넣고 끓인다.

집집마다 조리 방법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냄비에 콩나물을 넣고 살짝 삶은 뒤 미나리와 복을 넣고 한 소큼 끓인 뒤 고추장 양념을 풀어 넣는다.

추운 겨울날 저녁, 복껍질을 자근자근 씹으며, 따끈하게 데운 히레 사케 한 잔과 함께 하는 복 매운탕의 매력은 주당이 아니라도 한번만 맛을 보면 그 맛을 잊기 어렵다.

제철인 만치 특급호텔들은 복어요리 특선을 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02-2230-3356)에서는 쫄깃쫄깃한 육질을 느낄 수 있는 복어튀김 복어회 복어 된장냄비 복매운탕 등의 다양한 세트 메뉴와 복어술을,서울힐튼 일식당 겐지(02-317-3240)에서는 복어특별정식을 비롯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복어냄비 복어튀김 등의 참복요리와 복어살과 껍질에 각종 양념이 어우러진 겐지식 복어초회 등을 제공한다.

르네상스 일식당 이로도리(02-2222-8659)에서도 내년 2월말까지 복어 특선 요리를,그랜드하얏트의 일식당 아카사카(02-799-8164)와 스위스그랜드호텔 일식당 미쯔모모(02-2287-8391)에서도 복어 일품 요리와 코스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복 요리로 유명한 음식점들로는 가츠오부시를 넣어 끓여낸 국물 맛이 일품인 삼청동복집(02-732-6753),복매운탕과 복수육 찜이 유명한 서교동의 김경옥복집(02-336-8168),창천동과 서초동에서 복샤브샤브,복버섯수육 등의 요리를 내고,복매운탕을 먹고 나면 밥을 넣어 죽까지 끓여주는 삼호복집(02-337-9019,3474-3533),세 자매가 충무로의 세 요지를 차지하고 복불고기 복찜 등 복요리를 내놓는 부산복집(02-2266-3236)등이 서울에서 유명한 복 집들이다.

신혜연 월간데코피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