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금융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 위주의 도매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은행 가운데 지난 상반기중 프랑스 파리바은행과 캐나다로열은행이 철수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내셔널캐나다은행이 철수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수는 작년말의 46개에서 43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선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온 외은지점들의 수익기반이 한계에 봉착한 데다 신규거래선 개척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은지점들은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에 묶여 대출수요가 적어진 점 △동일인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의 45%에서 20∼25%로 줄어들어 기존 여신을 회수해야 하는 점 등으로 영업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99회계연도의 경우 46개 외국계 은행중 13곳이 적자를 냈다.

1998회계연도엔 46개중 4곳만이 적자였다.

외국계 은행 전체의 당기순이익도 3천7백85억원으로 전년(7천4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정조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사장은 "상당수 외국계 은행들의 경우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 와서 우량 중견.중소기업들을 선별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능력이 한국 시중은행보다도 떨어지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