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실록''에는 아주 희귀한 기록이 하나 실려 있다.

1473년 11월에는 의금부에 4명,전옥서에 11명 등 감옥에 모두 15명의 죄인밖에 없었다는 짤막한 기록이다.

학자들의 추정으로는 당시 조선의 인구가 1천만명에 조금 못미쳤다지만 그래도 수도의 죄수가 그렇게 적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군자의 덕을 바람(風),대중을 풀(草)에 비유해 풀은 바람이 어지러운가,순조로운가에 따라 안정되거나 어지럽게 움직인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성종을 비롯한 신하들이 실천한 탓인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성종은 법을 정비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임금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이 지난 10개월 동안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등 범죄를 분석한 결과 1분1초에 한번씩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범죄1건당 평균발생주기를 말하는 범죄시계는 살인 9시간4분,강도 1시간36분,강간 1시간16분,절도 3분5초,폭력 1분35초를 가리키고 있다.

96년보다 살인 3시간41분,강간은 17분,절도는 4분25초,폭력은 1분7초나 빨라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살인 31분,강간 6분,강도 1분,절도 4초에 비하면 아직은 심하지는 않다 해도 일본보다는 우리 범죄시계가 더 빠르다니 걱정이다.

미국 유럽보다 단순폭력이 많다는 것도 꺼림칙하다.

지금 나라의 질서를 유지해 가는 것은 법의 집행기관들이다.

하지만 수사원이 늘고 수사기법도 나날이 과학화 전문화돼 가는데도 범죄발생률은 해마다 늘어만 가고 범죄내용도 점점더 끔찍해지고 교활해져 간다.

범죄의 원인이 ''배고픔''에 있다는 고전적 원인분석은 믿을 수 없게 된지 오래다.

경쟁력이 인간의 유일한 가치가 돼 영악스럽고 교활하고 악한 욕망만을 자극하는 탓일까.

그렇지않으면 효수도 마다않았던 엄하고 공정한 신체적 형벌이 무디어진 탓일까.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보고 그 뒤의 환란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법으로 다스리는 법정은 있어도 양심을 다스리는 법정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법의 집행기관이 철저히 불신당하고 있는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