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MCI코리아 대표는 열린금고 외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한스종금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그 과정에서 6백5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는 돈 한푼 안들이고 갖은 변칙을 통해 한스종금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그 경영권을 마음껏 활용, 자회사를 늘려 가는 수법을 쓴 셈이다.

◆ 한스종금(구 아세아종금)은 진씨의 사금고 =한스종금을 인수한 곳은 스위스 SPB컨소시엄이다.

지난 4월19일 한스종금의 대주주인 대한방직측은 스위스SPB에 자사주 8백70만주(지분율 28.6%)를 단돈 10달러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대한방직은 한스종금으로부터 끌어다 쓴 동일인여신한도 초과금액 1천4백억원을 2003년 3월말까지 연장받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SPB는 헐값에 주식을 받고 대주주는 부실책임도 없이 대출 만기를 연기하는 식으로 협상을 벌인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진씨가 디자인했다.

진씨는 그 대가로 한스종금의 대주주가 된 SPB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는 이면계약을 맺었다.

경영권을 넘겨 받은 후 진씨의 ''물장수''같은 돈놀이는 시작됐다.

우선 한스종금 주식 6백20만주(지분율 20%, 1백81억원어치)를 인수하면서 매입대금을 한스종금에서 꺼내 썼다.

진씨는 MCI코리아의 자회사인 이머징창투를 통해 한스종금에서 2백억원을 받은 후 이를 지분매입 자금으로 한스종금 관계사 등에 지급했다.

한스종금의 주주가 된 진씨는 지난 5월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증자보증금이 필요하게 되자 이번에는 MCI코리아의 또다른 자회사인 현대창투를 앞세워 한스종금에서 3백50억원을 콜론으로 빌렸다.

그 돈중 3백30억원은 증자보증금조로 한스종금에 예치했다.

한달 뒤 클럽MCI라는 회사를 세우기 위해 1백억원이 필요하게 되자 이머징창투를 통해 한스종금에서 차입했다.

클럽MCI 설립자금 1백억원과 주식매입대금 2백억원은 상환되지 않았다.

단돈 10달러에 한스종금을 매각하는 중개작업을 통해 경영권을 손에 쥔 진씨는 이 종금사를 열린금고처럼 사금고로 이용했던 것이다.

◆ 열린금고를 통한 추가불법행위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실시한 검사에서 열린금고가 3백77억원의 출자자여신을 취급한 것 외에도 △장외주식 위장거래를 통한 분식결산 93억원 △동일인여신한도 초과취급 5건(21억원) △유가증권 투자한도초과 1백14억원 등 3건을 추가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열린금고는 지난 6월말 결산시 네오텔레콤 등 3개사 장외주식 1만5천주를 가공거래, 93억원의 투자이익을 낸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

열린금고는 이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4.8%로 높아졌다.

금감원은 작년 9월과 올해 3월 검사때 각각 3백37억5천만원(잔액 2백94억원)과 3백억원(잔액 2백50억원)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했었다.

◆ 천문학적인 불법대출금 =현재까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진씨는 자회사인 열린금고, 지분출자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 한스종금 등을 통해 총 2천5백44억5천만원을 불법 대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동방.대신금고에서 총 6백73억원을 대출받은 것에 비하면 총액기준으로 3.8배나 된다.

진씨는 열린금고에 2백78억원, 리젠트종금(증권 포함)에 8백80억원,한스종금에 3백억원 등 총 1천4백58억원을 아직 갚지 않았다.

진씨는 이중 이달말까지 당장 2백78억원을 막아야 열린금고가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정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