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광주 등 일부 부실은행들이 독자생존을 골자로 한 수정 경영개선 계획을 금감위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빛은행도 한빛증권 한빛여신전문 등 자회사를 모아 단독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보도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요구하면서 저마다 독자생존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니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다름 아니라 하겠고 잘못된 현실인식에 기반한 어지간한 억지논리들이라고 하겠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대통합이 금융구조 개혁의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실덩어리 은행들이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각각의 지주회사를 설립해 독자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들이 저마다 독자적인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면 그것이 옥상옥을 만드는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또 시너지 효과인들 거둘 수 있겠는가.

은행 경영평가 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주(金秉柱) 서강대 교수는 부실은행은 차라리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거니와 지주회사를 통해 점포와 인원을 과감히 정리하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없이 다만 부실한 계열금융기관을 엉성히 묶어 놓는 지주회사라면 안하느니만 못한 기형적 결과를 낳을 것도 뻔한 일이다.

부실을 양산해놓은데 대한 진지한 자성은 없이 ''안하면 좋고,시키면 하는 수 없이 추진하는'' 개혁이라면 공적자금을 아무리 투입한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예상키 어렵지 않다.

IMF가 연례 정책협의를 통해 부실은행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영업중인 은행을 일시에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것일 뿐 부실은행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항차 지주회사도 못하겠다면 은행들은 어떤 방법으로 금융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문제가 제기된 것이 언제인데 아직 밑그림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입만 열면 공적자금이 시급하다지만 아무런 확정된 방안도 없이 돈을 더 쓰겠다고 나선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대통합이든 소통합이든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결론을 내주기 바란다.

경제가 매우 혼란스런 지금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