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

이것은 일본 소니가 최근 개발해낸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의 이름이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컴덱스쇼에서 소니는 이 로봇 강아지 한 마리를 소니그룹의 상징물로 내놨다.

이 쇼에 참가한 2천5백여개 컴퓨터 관련기업들은 첨단 기능을 가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랑하기에 바빴지만 컨벤션 센터 남관에 자리잡은 소니는 강아지 한 마리를 전시관 입구에 배치해 놓고 이를 설명하기에 바빴다.

이를 보고 대부분의 참관자들은 "천하의 소니가 강아지 한 마리를 놓고 무슨 짓이냐"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가 왜 이렇게 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다 놓고 열을 올리는지 모른다면 벤처기업인으로선 어느 정도 실격일 수도 있다.

PS1과 PS2를 개발,새로운 게임시장을 만들어낸 소니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벤처에선 크게 세가지 물결이 지나갔다.

첫째가 첨단 제조분야다.

둘째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분야이고 셋째가 바이오 분야다.

이들 분야 벤처기업들은 아직까지 각각의 시장에서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을 만나면 벤처는 이 3개 분야로 끝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이들 분야보다 엄청나게 더 큰 시장이 바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바로 크레비즈 시장이다.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또는 창조산업이라고 불리는 이 시장은 컬처부문을 첨단기술과 접합시켜 창조해내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먼저 창출해낸 기업을 벨기에의 L&H로 꼽는다.

이 회사는 말썽 많기로 유명한 벨기에의 남북(南北) 언어분쟁 컬처를 첨단기술과 접합시켜 영어를 모르더라도 인터넷을 자기언어로 읽을 수 있는 거대한 통역 시스템시장을 창출해냈다.

이같은 크레비즈 시장은 벨기에 뿐만 아니라 지구촌 어디에서든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거리에 운전을 하고 나서면 교통질서에 관한 한 모든 데이터가 눈앞에 펼쳐진다.

교통체증을 못견뎌 하는 이런 한국인의 성급함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크레비즈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문화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분야야말로 무궁무진한 새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벤처의 제4 물결''이다.

소니가 강아지 한 마리로 승부를 거는 것은 신세대에 맞는 새로운 애완 시장에서 다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다가오는 제4의 물결을 간과하게 되면 벤처부문에서 다시 선진국에 시장을 내놓고 말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벤처의 제4 물결을 눈여겨 보자.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