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WTO 가입이 임박한 가운데 온 세상 로펌들이 꾸역꾸역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1992년 고작 12개에 불과했던 외국 로펌이 지금 무려 1백20여개를 헤아린다.

중국 정부가 약속한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정책대로라면 중국은 로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서식지가 될 전망이다.

세계 로펌들 가운데 변호사 수, 매출액 등 면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클리포드 찬스(Clifford Chance LLP)다.

세계 30개국에 3천1백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6천3백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지난해 1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1백9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클리포드 터너의 로펌과 코워드 찬스의 로펌이 1987년 합쳐지며 클리포드 찬스로 새 출발했다.

그리고는 올해 1월 다시금 1백29년 된 미국 월가의 로펌, 로저스 앤드 웰즈사, 그리고 1백여년 역사의 독일 최대 로펌중 하나인 퓐더-폴라드-베버 앤드 악스터사 등과 3중 합병을 하며 세계 최대 로펌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클리포드 찬스를 빛내는 것은 정작 그 엄청난 규모가 아니다.

사실 법률서비스 업계에서 덩치는 그리 중요치 않다.

회사 전체 매출액이나 이윤보다 오히려 파트너 1인당 이윤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대부분 로펌의 경우 의사결정이 상명하복이 아니라 공동협의와 민주적 다수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성원 1인당 이윤으로 측정되는 개별적 출중함이 곧 로펌의 실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따질 때 클리포드 찬스는 세계 17위이고 1위 기업의 27% 수준밖에 안된다.

세계화 면에서도 클리포드 찬스는 세계 1위가 아니다.

세계화의 연륜이나 외국 거점 수, 해외 근무자 비중 등에서 모두 베이커 앤드 맥켄지사에 뒤진다.

클리포드 찬스의 장점은 이런 점에서 규모보다는 오랜 관행을 과감히 탈피할 줄 아는 혁신성이다.

그리고 개인기량 의존형 사업모델을 시스템 의존형으로 바꾸고자 하는 참신한 전략이다.

이 회사는 그 누구보다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미래 성장 잠재력이 뛰어날 수 있다.

클리포드 찬스는 학습하고 진화하는 조직을 추구한다.

즉 산하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회사 전체의 지력으로 뭉쳐지고, 이것이 또 계속 누적돼 후배들에게 계승되도록 지식경영시스템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파트너 1인당 이윤이 세계 1위인 로펌, 워시텔-립톤-로우즌 앤드 카츠사는 소수 정예 파트너들의 개인 능력을 기반으로 소수 복잡한 거액의 사건을 처리해 고수익을 낸다.

이에 비해 클리포드 찬스는 시스템의 연결성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윤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즉 특정인의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정보망의 연결성과 컴퓨터 시스템의 표준화된 자료 축적 및 검색시스템을 통해 세계에 널리 분산돼 있는 조직의 통합력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뉴욕의 터줏대감들은 어리석고 헛된 일이라며 클리포드 찬스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법률 서비스 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오직 1등만이 생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클리포드 찬스의 눈에 이들은 오히려 2차원의 시야밖에 갖고 있지 않은 미개 생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길지는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 가려질 것이다.

전문위원 經營博 shin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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