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협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는 것은 신용협동조합들의 자산건전성이나 내부통제시스템에 취약점이 있는 데다 금융감독마저 소홀한 탓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감독원이 당초 내년부터 대형 신협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던 결정은 신협권의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결국 신협권의 반발에 부닥쳐 이를 2002년 이후로 미뤄 ''개혁의지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신협의 취약점 =정부는 신협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려 했던 배경을 "신협권의 부실상태가 심각해 이를 방치할 경우 조합원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비은행감독국 관계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직장.단체.지역신협의 수는 총 1천3백30개이고 이들의 여신총액은 10조2천억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조합원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총여신중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약 15%(1조5천1백73억원)로 늘었다.

특히 전체 신협의 33%가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단체.지역 신협이다.

여기에다 신협들의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도 정부가 외부감사 의무화를 추진한 요인이다.

대부분의 신협들이 비상임 감사를 두고 있으나 실질적인 감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 허술한 감독체계 =사실상 신협은 그동안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였다.

금감원에서 신협의 감독 및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전부해야 23명.

단순계산으로 따져도 1인당 약 57개의 신협을 담당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신협중앙회가 이를 대행해 왔다.

그러나 중앙회는 민간단체인 데다 단위조합들을 상대로 예.대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이다.

"기본적으로 검사.감독이 불가능한 시스템"(중앙회 관계자)이라는 지적이다.

한 예로 정부는 작년에 중앙회로 하여금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신협을 선정, 금감원에 보고토록 했지만 단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신협은 지역 국회의원 등과 밀착관계를 형성, 정치적 방풍막까지 쌓고 있다.

이런 저런 사유로 감독당국이 조사를 하려 할 경우 정치권에서 청탁이 들어오기 일쑤라는 것이다.

◆ 외부감사 의무화 철회 경위 =금감원이 지난 7월 △자산규모 3백억원 이상인 단위조합중 조합원보호가 필요한 조합(1백52개)과 △분식회계의 정도가 심한 조합(23개)을 외부감사대상으로 지정한 직후부터 해당 신협과 중앙회에서는 시행을 연기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예금부분보장제와 대우채손실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태라는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부감사 의무화는 개혁의지의 표현"이라며 당초 계획을 관철할 뜻을 밝혔다.

그러던 금감원이 갑자기 의무화를 철회한 배경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외부감사를 강요할 경우 신협의 경영상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동방금고 사건 등으로 금감원의 권위가 실추돼 영이 안서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