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동사옥 매각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그룹측의 의견이 엇갈려 현대그룹의 자구안 발표가 내주초로 늦춰졌다.

현대그룹측에서 건설자금지원을 위해 1천7백억원 상당의 계동 건설소유 사옥을 중공업이 매입해주도록 요청했으나 중공업측은 17일 "본사가 울산인 상황에서 경제성이 없어 사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대안으로 현대상선이 보유한 중공업 지분(12.46%)중 5백억원 상당의 3%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공업측은 "현대상선에서 이 자금으로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현대상선은 "중공업 주가가 너무 낮아 지금은 팔 수 없다"고 거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현대중공업의 사옥매입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현대사옥 매각을 둘러싸고 진통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현대 자구안발표는 내주초로 연기됐다.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는 계동 사옥을 계열사와 친족기업등에 분할매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주말에 관련기업과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입장=본사가 울산에 있는데다 현재 4백여명의 직원들이 서울 사무소로 사용중인 계동 사옥 2개층만으로도 사무실공간이 충분해 계동 사옥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이 사옥을 판 뒤 월 3억4천만원 정도에 빌려 쓰겠다는 점에 비춰볼 때 1천7백억원이나 주고 사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중공업측은 "작년 11월 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그룹개혁차원에서 역삼동의 중공업 사옥매각을 요청해와 시가보다 싸게 프랑스의 로담코사에 팔았다"면서 "이제와서 계동사옥을 매입한다면 사외이사 등을 납득시킬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17일 현대중공업에 서한을 보내 현대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자제를 촉구하면서 계동 사옥을 매입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 조충휘사장이 직접 나서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에게 이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통보했는데도 그룹측이 중공업의 사옥매입 분위기를 계속 띄우고 있다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입장=현대상선은 중공업측이 중공업지분 매각을 통한 건설지원방안을 거론하는데 대해 "중공업지분은 주당 2만1천2백원에 매입한 것인데 지금 주가는 1만9천원선이어서 매각손이 불가피하다"면서 "지분매각을 포함해 현대건설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