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일단 현대건설은 긴박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또 이미 대출금 만기연장을 결의한 채권단에 두 회사가 호응함으로써 현대건설에 대한 "3각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그동안 지원을 거부해 왔던 두 회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는 ''현대건설을 살리는데 형제들이 나서라''는 정부의 압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5일 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16일 ''극적 화해''와 함께 건설지원에 합의함으로써 현대건설 문제는 확실한 해법의 가닥을 잡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장이 현대의 자구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와 현대건설이 자생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는 것이다.

◆ 현대자동차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의 지분 2.69%와 현대오토넷 인천철구공장 등을 매입, 총 2천1백6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거부반응을 의식, 철저히 필요한 부분만 매입하는 ''거래''라는 점과 앞으로 추가 지원은 법적 테두리내에서라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선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 2.69%는 현대모비스가 인수한다.

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모비스는 이를 통해 11.09%의 지분을 확보,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제치고 다시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가격은 약 9백40억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주 펀드를 통해 10.41%의 주식을 매입하는 등 안정 지분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이 넘어올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카오디오를 만드는 현대오토넷을 인수한다.

현대전자가 갖고 있는 오토넷의 지분 78%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금액은 약 8백억원 정도로 점쳐진다.

기아는 현재 계열사인 기아전자와 오토넷의 품목이 겹친다는 점을 감안, 양사의 생산을 집중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전자 이사회 및 기아자동차 이사회를 거칠 경우 연말께야 인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천철구공장은 인천제철의 몫이다.

가격은 4백2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일단 부지를 인천제철이 매입하고 현대건설에 임대하는 형식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일단 계동 사옥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내부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대신 현대전자 지분(7.01%)을 조기에 매각, 이 돈으로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다른 자산이나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중공업 지분(12.46%)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법과 경제성,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절한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그룹 판도변화 =이번 자구안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핵분열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계열분리가 더욱 빨라질 것이 확실하다.

또 현대상사 현대오토넷 현대증권 등도 매물로 나와 있어 장차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아산 △고려산업개발 △현대상선 등이 주류를 이루는 ''건설 소그룹''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그룹은 앞으로 대북사업 활성화와 해외건설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김용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