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서면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전통적인 조선 강국들의 견제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

올들어 세계시장 점유율(GT 기준)이 50%를 넘어선데다 앞으로도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상압력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조선업계가 당면한 최대 통상현안은 EU와의 분쟁이다.

EU 조선업계는 한국의 부실 조선소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뒤 저가 수주를 일삼고 있다며 불공정 수주행위 중단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EU는 한국정부에 조선소의 자재비 노무비 금융비용 경비 정상이윤(5%) 등을 고려한 정상가격을 산정한 뒤 실제 수주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금융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EU는 결국 EU 집행위원회에 TBR(무역장벽규정)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해 주도록 요청해 놓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조선업계는 EU측의 이번 결정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세계 조선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일본 조선업계의 경우 한.EU간 조선분야 통상마찰을 옆에서 지켜보며 "즐기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가는 한국 조선업계를 EU가 나서 견제하고 있는 만큼 손해볼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한.EU간 조선분쟁이 WTO 분쟁해결기구로 가서 조정절차를 밟게될 경우 제3자로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태다.

산자부는 한.EU 조선분쟁과 관련, EU 조선업계가 EU 집행위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 곧바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 집행위가 아직 조사개시를 결정하지 않았고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결과가 나오고 후속 대처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최소 7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WTO 제소로까지 통상마찰이 확대될 경우 통상관계 전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앞서 화장품 의약품 등도 EU업계의 제소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중 양자간 협의를 통해 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사전타협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학 산자부 수송기계산업과장은 "EU측에 한국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나서 금융논리에 따라 진행돼 왔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며 "EU측도 WTO 제소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극적인 타결을 이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