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가격이 연일 폭등하는데 반해 회사채 시장은 매수부진에 허덕이는 등 채권시장이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11.3 기업퇴출 이후에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고 당분간은 정상화될 가능성도 없다는 지적들이다.

일부에서는 시중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징표라고 해석하는 모양이지만 민간부문의 신용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금융시장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정부가 신용을 보증하고 국가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채권이 아니고는 믿을 수 없다는 극도의 불신감이 채권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금리 추이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국고채 금리는 기업퇴출 이후 사흘만에 0.56%포인트나 급락한 반면 일반 회사채는 매수세가 없어 거래마저 끊어진 상태라고 한다.

회사채 가운데 일부 초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최소한의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시세도 강세라지만 회사채의 대종을 이루는 평균적인 신용 등급물들은 갈수록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국채에 몰리는 풍부한 시중 자금이 점차 흘러넘치면서 궁극적으로 회사채에까지 적지 않은 매수세를 형성해 준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지만 지금의 금융시장은 그같은 기대를 갖기에는 너무도 불투명한 점이 많고 따라서 시중자금 역시 국고채로만 흐르는 일방적인 상황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약 40조원의 회사채가 과연 정상적으로 연장될지도 의문이고 당장 이번 연말을 순조롭게 넘길수 있을 것인지부터가 심히 의문이다.

더욱이 증시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은행 대출도 끊긴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97년의 외환위기에 비견되는 ''금융위기''라고도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해외 금융기관들의 무차별적인 신용회수가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시중자금이 민간부문을 이탈하면서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퇴출로 적지않은 신용경색이 발생할 것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수준이 위기를 거론할 수준에 이른다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를 통해 신용질서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기업퇴출의 기본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멀쩡한 기업에까지 불확실성을 전염시키는 역효과로 연결된대서야 될 말인가.

당국은 구조조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