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록버스터 두 편이 11일 흥행대전에 들어간다.

강제규 필름의 "단적비연수"(감독 박제현)와 드림서치의 "리베라 메"(감독 양윤호)가 격돌한다.

두 작품 모두 제작비 45억원에 달하는 대작인데다 호화스타들을 기용한 화제작이다.

국내 배급권을 양분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가 각각 각각 배급을 맡아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베라 메

"소년범으로 수감됐던 희수(차승원)가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된다.
그의 출소와 동시에 시내 곳곳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화재가 잇따라 일어난다.

꼬리를 무는 대형화재에 도시 전역은 불안에 휩싸인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 화재로 치부하지만 소방조사원 민성(김규리)은 방화라는 심증을 굳힌다.

소방관 상우(최민수)는 화재현장에서 서성대는 희수에게 의심을 품고 그를 좇기 시작한다"

불 영화 "리베라 메"(라틴어로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는 불을 앞세웠지만 그보다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크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지능적인 방화범을 쫓는 소방대원을 축으로 미스터리,서스펜스,엽기 코드를 촘촘히 엮었다.

관객을 덮칠듯 달려드는 화마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작품의 최대 강점은 리얼리티다.

미니어처나 컴퓨터 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만들어낸 화재현장은 무섭도록 생생하다.

연기자들의 열연은 짜임새있는 전개에 탄력을 준다.

최민수는 여전한 무게감으로 중심을 잡고 유지태,차승원,박상면,김규리,정준,이호재같은 인기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특히 사이코 방화범역을 훌륭히 소화한 차승원은 모델에서 배우로 확실히 자리바꿈했음을 증명한다.

19세기 프랑스 종교음악가인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도 장중한 분위기를 더한다.

흠이라면 작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토리나 이야기를 잇는 연결고리는 익숙한 정형을 착실히 밟아나간다.

어린시절 받은 학대로 정신이상자가 된 범인의 캐릭터나 그를 좇아가는 추적과정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아온 룰에서 그다지 벗어나진 않는다.

별도의 훈련을 받았을리 없는 범인이 전문 테러범을 방불케하는 방화의 달인이 돼있다거나 엄청난 싸움실력을 자랑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는 라스트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야기 전개와 별 관계없이 소방장(박상면)을 희생시킨것은 작위적이어서 오히려 감동이 없다.

감독은 "유리""화이트 발렌타인"을 만들었던 양윤호 감독.


<>단적비연수

"저주받은 매족의 여족장인 수(이미숙)는 원수인 화산족의 왕을 유혹해 비(최진실)를 낳는다.

화산족을 멸할 유일한 수단인 천검을 얻기 위한 제물이다.

죽임을 당하기 직전 구출된 비는 화산족에게 맡진다.

또래인 단(김석훈)적(설경구)연(김윤진)과 어울려 자란 비는 단과 사랑에 빠진다.

연은 적을 좋아하지만 그의 마음도 비에게 가있다.

매족은 집요하게 비를 쫓고 네친구의 엇갈린 사랑은 부족의 생사와 연인의 목숨을 놓고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단적비연수"는 쉬리신화의 주역인 "강제규"라는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인 관심을 받았다.

강감독의 출세작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인 "단적..."은 우리 영화에서 한번도 도전하지 않은 신화적 배경에 호화캐스팅까지 적잖은 기대를 낳기에 충분하다.

시사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단적..."은 일단 화려한 외형이 두드러진다.

태고적 분위기를 살려낸 장엄한 세트,정교하게 제작된 의상과 소품,중량감있는 색채로 담아낸 힘있는 영상.

그러나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

신화나 자연에 도전하는 인류에 깃든 역사적 상징이나 은유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는 관객을 재미에 몰입시키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비극의 씨앗이 될 주인공들의 성격적 특성이나 감정의 변화를 가늠할 단서가 불충분한 전개는 따라가기 어렵다.

예의 귀여운 표정으로 "예쁘게" 말하는 최진실에게서 부족의 운명을 좌우할 비장미를 감지하기도 쉽지 않다.

멜로의 중심에 서있어야 할 비와 단의 사랑은 여족장 수의 야욕이나 적의 집착에 비해 오히려 힘이 달린다.

싸움이 시작됐다 하면 흔들리는 카메라는 누가 누가 싸우는지를 헤아리기 어렵게 한다.

컴퓨터 그래픽은 그다지 향상되지 못했고 특히 마지막 희뿌옇게 처리된 은행나무씬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겉돈다.

아득한 선사시대에 사는 연인들이 신세대 트렌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어투로 밀어를 나누는 모양새도 아무래도 어색하다.

바구니에 흰 천을 얌전히 깔고 음식을 대접하거나 옷걸이에 옷을 가지런히 걸어두는 등의 "모던 라이프 스타일"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강제규 감독과 10여년간 일해온 박제현 감독의 데뷔작.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