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 동의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10조원이 넘는 빚에다 매월 1천5백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지원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적자투성이의 부실회사가 향후 5년간 고용을 보장하기로 지난 8월 노조와 합의한 것 부터가 말이 안된다.

사실상 국민세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에 5년간이나 고용을 보장하는 회사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노조에서는 구조조정안 동의를 요구하기에 앞서 1천4백억원에 이르는 체불임금 부터 먼저 갚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나,과연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런 요구를 하는지도 의문이다. 노조도 자금이 고갈돼 은행지원 없이는 물대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는 회사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채권단과 경영진의 태도다.

대우차는 누가 봐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없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5년간 고용을 보장한 터무니 없는 노사합의를 빌미로 노조동의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물론 노사가 원만히 협의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긴급한 경영상의 위기에 따른 감원 등의 구조조정은 노조동의 없이도 할 수 있도록 노동관련법에 엄연히 보장돼 있지 않은가.

노조동의 운운하는 경영진은 지금 대우차가 긴급한 경영상의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말인가.

채권단은 시한을 정해 경영진에게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하고 경영진은 이를 무조건 실행에 옮겨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영진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채권단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즉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채권단이 1차부도에 이어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정부와 대우채권단이 구조조정안의 노조동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막 시작되고 있는 2단계 기업구조조정의 성패와도 직결된 사안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명운과도 관계되는 문제다.

부실기업을 정리하는데 일일이 노조동의를 받아서야 어느 세월에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겠으며 이런 나라에 어느 외국인이 투자 하려 하겠는가.

GM이 대우차 인수에 소극적인 이유도 노사문제에 있어 법과 원칙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한국적 현실에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