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 사는 댄 발렌티노씨는 턱 수염을 짧게 기른 이탈리아계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컨설팅분야에서만 일해왔다.

세계 10대 전략컨설팅 업체중 하나인 제미니 컨설팅의 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가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DDB(디지털 디바이드 비즈니스)이다.

이는 정보분야에서 빈부격차를 개선하는데 착안한 비즈니스.

발렌티노씨는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포토맥강을 건너 승용차로 15분정도 남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버지니아 매클린에 벤처기업인 GP(글로벌 패스웨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사람 수를 현재 2억5천만명선에서 7억5천만명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전세계의 컴퓨터 관련 사업은 고급과 첨단으로만 치닫기에 바빴다.

이 바람에 노인 장애자 극빈자 등은 이를 활용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들의 수요시장은 공백상태가 되고만 것이다.

발렌티노 사장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이 시장을 겨냥했다.

버려진 공터에서 거대한 시장 하나를 찾아낸 것이다.

이 덕분에 GP의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발렌티노 사장은 "특히 미국 장애인협회나 노인복지회 등에서 주문이 계속 밀려오고 있다"고 밝힌다.

한국에서도 노인복지회관 등에 가보면 컴퓨터가 한두대씩 보인다.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기증받아 설치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컴퓨터는 사무실 뒷구석에서 낮잠만 자기 일쑤다.

노인들이 이 컴퓨터를 다룰 줄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GP는 노인 장애자 초보자 등이 손쉽게 쓸 수 있는 값싼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스위치만 켜면 인터넷으로 곧장 연결되는 브라우저도 마련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치기만 하면 돋보기가 나타나는 기술도 장착했다.

또 말을 하면 컴퓨터가 켜지고 전화통화까지 연결되는 그런 장치도 곧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GP는 이런 DDB용 기술을 한국에서 사가고 있다.

발렌티노 사장과 손잡은 한국측 파트너는 인디시스템의 김창곤 사장.

김 사장은 GP에 이런 브라우저를 개발해주고 라이선스 비용으로 1백만달러를 받았다.

앞으로 컴퓨터 한대당 1달러의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GP와 인디시스템의 DDB용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한차례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