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기능 개편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이해당사자들 간에 논쟁이 뜨겁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에 대한 최종 대부자로서 감독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고 재경부는 "금융감독권은 정부의 고유기능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감원 대로 "이번 사건은 비리사건일 뿐 이를 기화로 기구와 제도를 전면 손질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며 기존 권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 기능의 다원화라는 이름 아래 정부와 한은, 그리고 금감원이 모두 저마다의 권한 확보에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여간 볼썽 사나운 일이 아니다.

금감원 국장의 독직 사건은 여전히 미궁을 헤매고있을 뿐이고 정치권은 또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엉뚱한 정치투쟁 만을 거듭하고 있으니 더욱 한심하다.

금감원의 권한을 재조정하고 체제를 개편하는 문제가 그리도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거니와 마치 기다렸다는 식으로 체제개편 문제부터 들고나오는 모양새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 기능을 둘러싼 논쟁은 금감위와 금감원 설립 당시부터 적지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감독 기능의 본질문제는 도외시한채 오로지 밥그릇 싸움만을 벌이는 것 같아 그점이 걱정이다.

금감원의 독주와 전횡에 문제가 있으니 한국은행과 예금보호공사에 이를 배분하자는,소위 감독기능 다원화(多元化)론만 해도 그렇다.

감독 기능의 적정성이나 효율성,그리고 피감 기관에 대한 감독 서비스의 질적 문제 등은 도외시한 채 너나 없이 감독권을 나누어 갖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으니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똑같은 일로 세군데 이상의 상전을 모셔야 하는 처지가 될지 그것부터가 걱정스럽다.

금융감독원이 비리문제로 도마에 오른 것은 무엇보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에 그 뿌리가 있다할 것이다.

권한은 그대로 둔채 이를 여러군데서 나누어 행사하겠다는 것이니 이런 식으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질 것도 뻔한 이치다.

지금으로서는 권한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관계 기관들 간에 권한을 나누는 문제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활동과 증권시장에 대한 감시기능을 분리하는 등의 과제들도 보다 깊이있는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의 감독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서둘러 제도를 만들면서 허다한 과제를 내포한채 출범했다고 하겠지만 졸속 출범에 졸속 개편을 또하나 더하는 것같아 그것이 걱정스럽다.

신중히 접근해주길 바란다.